지급준비율 인하에 이어 LPR까지…中 경기 부양 안간힘
5년만기 LPR 4.20%→3.95%로
"中, 사회침체 우리시대 가장 중대한 위기"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대폭 인하하며 연초부터 경기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이 5년 만기 LPR을 역대 최저치로 낮춘 건 그만큼 경제가 좋지 않다는 신호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다음 달 4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선 추가 부양책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中 5년 만기 기준금리 3.95% 역대 최저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 5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린 후 보름만인 이날 5년 만기 LPR를 4.20%에서 3.95%로 낮췄다. 중국이 한번에 LPR을 0.25%포인트 낮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2019년 8월 LPR에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부여한 이후 LPR 금리를 조정해왔는데 그 인하 폭은 0.05%~0.15%포인트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4월 경기 부양을 위해 1년 만기 LPR을 역대 최대폭인 0.2% 인하한 적 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보다 현재 경제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본다는 의미다.
또한 인민은행은 춘제(설) 연휴 직후인 18일 정책금리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0%로 동결했으나 LPR을 인하하는 선택을 했다. 과거엔 두 정책 도구가 연동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최근 이런 관례가 깨졌다는 분석이다. 2022년부터 이달까지 인민은행이 6차례 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MLF와 LPR이 연동된 경우는 지난해 6월 한 차례에 그쳤다. 글로벌타임스는 “LPR이 실물 경제에 대한 대출금리, MLF는 금융 시장 조달 금리라는 점에서 구별되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중국은 1년 만기가 아닌 부동산 대출의 기반이 되는 5년 만기 LPR을 낮추는 선택을 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내수를 포함한 경제 전반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웡 싱가포르 OCBC 통화 전략가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금리인하가 시장에 큰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인민은행이 두차례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얼어붙은 중국 내 투자 및 소비심리는 쉽사리 개선되지 않았다. 이날 중화권 증시도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상하이종합지수는 0.42% 상승한 2922.73에 마감했다.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캐피탈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만으로 주택 판매를 촉진하기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2021년 말부터 2%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지만, 주택 판매는 계속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양회 앞두고 경기부양 총력
중국이 이처럼 경기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건 시진핑 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도 있다. 올해는 시진핑 집권 3기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경제 성적표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중국 경제는 위드 코로나 원년인 지난해 기저효과 등 요인으로 전년 대비 5.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부동산 경기 둔화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소비 부진,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4%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지난해 중국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대비 9.6% 하락하는 등 여전히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해 12월까지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LPR 인하는 중국이 직면한 디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의 조치”라며 “정책 효과를 높이려면 보다 공격적인 재정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정부가 내달 열리는 최대 정치행사 양회에서 어떤 경제성장 목표치를 제시할지도 관심사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4.5~5% 수준의 성장을 예상하나 최근 31개 지자체 전망 평균을 근거로 5%대 성장을 목표로 삼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형식주의·관료주의로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우한대 루더원 교수는 최근 소셜미디어 위챗에 올린 글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실체’보다 ‘피상’을 향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사회적 침체로 이어져 우리 시대 가장 중대한 위기가 된다”며 “풀뿌리 정부들은 현실 문제 해결보다 상급 기관 보고를 우선시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은 삭제됐으나 이미 인터넷에서 퍼졌다.
루 교수는 SCMP에 “내달 양회 이후 경제 성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압박은 계속 높을 것이며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렇지 않고 같은 길을 고집하면 절망적이고 잠재적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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