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일본 기업 돈 받았다…공탁금 6천만원 수령

김경희 기자 2024. 2. 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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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군수기업 후지코시 상대 손배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친 뒤 피해자 김정주(앞줄 왼쪽부터), 김계순, 이자순 할머니와 유족들이 고인들의 영정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법원이 이날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해 후지코시는 피해자 1인당 8천만원∼1억원씩 총 2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일본기업이 공탁한 돈을 수령했다. 일본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전달된 건 이번이 처음이며, 해당 피해자는 강제동원 80년 만에 첫 배상을 받게 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히타치조센 피해자인 이모씨(100) 측은 이날 오전 회사가 공탁했던 6천만원을 서울중앙지법에서 출금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금 5천만원과 지연이자 지급 등 배상 판결이 확정된 뒤 관련 절차를 거쳐 이날 최종적으로 공탁금을 받았다.

이씨는 1944년 일본 오사카에 있는 히타치조선소에서 강제노역을 했다. 5개월 동안 하루 8시간 자재를 옮겼다. 이후 3개월간은 방파제 보수공사에 동원됐고, 그 다음 3개월 동안에는 터널공사에 동원돼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 했다. 이씨는 1945년 8월 태평양 전쟁이 끝나면서 한 달 뒤인 9월 밀항선을 타고서야 귀국할 수 있었다.

휴일도 없이 일했던 이씨는 ‘월급을 집으로 보내주겠다’는 히타치조센의 말을 믿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기억으로 인한 이씨의 고통만이 남은 셈이었다.

이에 이씨는 2014년 11월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1억2천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재판부는 히타치조센이 이씨를 불법적으로 징용했고 원치 않은 노역에 종사하게 했으며, 패전 이후에도 그대로 방치해 밀항으로 귀국하게 한 점등을 고려해 위자료 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히타치조센은 항소심 선고가 나온 2019년 1월 배상금 강제 집행 정지를 청구하면서 담보 성격으로 6천만원을 법원에 공탁했었다.

이에 이씨 측은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된 후 공탁금을 배상금으로 받기 위해 공탁금에 대한 압류추심명령을 받아냈고, 서울고법의 담보취소결정까지 얻어내 공탁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이씨 측은 공탁금으로 변제되는 금원 외 나머지 1억여원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제안하는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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