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권 포기한 아들이 학폭 가해자…피해 유족에 보상금 줘야 할까”

두 아들 친권·양육권 모두 전 아내에 넘기고 13년간 연락 끊어
비양육친이므로 자녀의 보호·교양에 관한 규정 적용 안 돼

게티이미지

 
이혼 후 연락을 끊고 살던 아들이 학교 폭력 가해자임을 알게 된 아버지가 자식으로 인해 숨진 학생 유족으로부터 피해 보상금을 요구받았다며 황당함을 토로헀다.

2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아내와 협의 이혼 13년째라는 트럭운전사 A씨가 사연을 전했다. A씨는 한곳에 매이기를 싫어하는 성격으로, 전 아내를 만나 생각이 바뀌어 결혼했지만 점차 아내의 집착에 지쳐가다가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

A씨는 “아내와 이혼 당시 아들이 두 돌이 지난 상태였다. 엄마 손길이 더 필요할 것 같아서 친권과 양육권 모두 아내한테 넘겨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13년이 지났다. 아들을 한 번도 못 봤다. 워낙 먹고 살기 바쁘기도 했고 아들을 보려면 아내한테 연락을 해야 하는데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차마 못 하겠더라”고 떠올렸다.

잊고 살던 아들의 소식은 최악의 방식으로 들려왔다. A씨는 “제 아들이 친구를 오랫동안 괴롭혔는데 그 친구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거다. 한마디로 제 아들이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거였다”고 털어놨다.

죽은 친구의 유족들은 가해 학생 아버지인 A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알려왔다. A씨는 “연락을 받기 전까지 저는 아들이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것도 몰랐다. 갑자기 거액을 물어 달라고 하니 너무나도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사연을 접한 유혜진 변호사는 “미성년자는 책임능력이 없으면 배상책임이 없다. 이 경우 친권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미성년자의 책임능력 판단기준은 지능, 발육, 환경 등을 보는데 사연자의 아들은 만 15세여서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연령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미성년자이므로 손해배상 능력이 없는 것을 감안, 민법 제750조에 따라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 즉 친권자의 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A씨의 경우 친권자가 아니므로 친권자인 전 아내에게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유 변호사는 “사연자는 이혼으로 인한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 즉 비양육친에 해당한다. 비양육친에게는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이 없고 자녀의 보호·교양에 관한 민법 913조 등 친권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혼 후 아들의 양육비용을 분담할 의무가 있지만 사연자가 아버지라는 사정만으로 일반적, 일상적으로 아들을 지도하고 조언하는 등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없기에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