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日기업 공탁금 6000만원 첫 수령

고도예 기자 2024. 2. 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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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피고 기업이 낸 돈을 처음으로 받았다.

피고 기업인 히타치조선이 국내 법원에 맡겨둔 공탁금 6000만 원을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이모 씨의 유족들이 20일 수급한 것.

이번에 이 씨 측에 지급된 6000만 원은 히타치조선이 법원에 담보로 맡긴 돈인 만큼 강제징용 피해를 인정하고 내놓은 배상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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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환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스미세키 마테리아루즈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 선고를 마치고 판결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민사합의 33부는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각하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며 파기 환송했다. 2024.2.1. 뉴스1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피고 기업이 낸 돈을 처음으로 받았다. 피고 기업인 히타치조선이 국내 법원에 맡겨둔 공탁금 6000만 원을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이모 씨의 유족들이 20일 수급한 것. 이 씨 측 이민 변호사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전달된 건 처음”이라며 “사실상의 배상이 일본 기업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에 이 씨 측에 지급된 6000만 원은 히타치조선이 법원에 담보로 맡긴 돈인 만큼 강제징용 피해를 인정하고 내놓은 배상금은 아니다. 다만 피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라는 점에서 징용 피해자에게 전달된 첫 사례로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씨는 경북 영양에서 1944년 9월 강제징용돼 일본 오사카 히타치조선소 등에서 8개월 간 임금을 받지 못하고 강제 노역을 했다. 일본의 패전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이 씨는 2015년 10월 히타치조선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1·2심에 이어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도 승소했다.

그에 앞서 2019년 1월 히타치조선은 항소심 재판부가 이 씨 측 승소 판결을 내리자 국내 법원에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 내 자산 매각 절차를 멈춰달라”며 6000만 원을 담보로 공탁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대법원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이 씨 측은 히타치조선 공탁금에 대한 법원의 압류 명령을 받아냈고, 결국 이날 공탁금을 수령한 것이다.

법원의 승소 확정 판결에 따르면 유족들이 히타치조선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은 20일 기준 원금 5000만 원과 지연 이자 5635만 여 원이다. 유족들은 이중 6000만 원을 이번에 지급받았다. 나머지 4635만여 원에 대해선 유족들은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제3자 변제안’에 따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으로부터 수령할 계획이다. 재단은 이 씨 측이 제3자 변제를 신청할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탁금 수령과 별개로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안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 씨 측을 비롯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재단의 가용 현금이 15억여 원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대법원에서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는 총 60명이다. 이들이 받아야 할 배상금은 지연 이자를 포함해 20일 기준 95억 원이 넘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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