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6415명, 가운 벗었다···‘의료대란’ 현실로

민서영·김향미 기자 2024. 2. 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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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핵심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노동조합 앞에 전공의 사직 관련 대자보가 부착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면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6415명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들중 상당수가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다. 정부는 “2000명은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맞서고 있다.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의료현장의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20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19일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6415명(55%)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전공의(1만3000여명)의 절반가량이 의사복을 벗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직서를 수리한 병원은 없지만, 1630명이 이미 근무지를 이탈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대형 병원 소속 전공의들의 이탈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전공의 이탈 행렬은 가속화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220여명, 조선대병원 50여명이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160여명, 원광대병원 80명, 제주대병원 70여명 등도 이날 무단 결근했다. 병원들이 전공의 이탈 현황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사직서 제출 인원 상당수가 자리를 비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9일까지 주요 10개 수련병원에서 출근하지 않은 831명이 정부로부터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다. 업무개시명령을 받는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공의들도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복지부가 행정조치를 집행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개별적인 자유 의지로 사직한 전공의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정부는 직업선택의 자유마저 박탈하려는 위헌적 행태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환자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9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하루동안 34건의 피해 상담 사례가 접수됐다. 수술 취소 25건, 진료 예약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 등이었다.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병원 현장은 아수라장이 돼가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6개월 동안 수술을 기다렸던 환자들의 수술 예약이 취소됐다. 또 신규 입원환자는 받지 않고 퇴원 예정 환자의 퇴원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의 한 병동은 ‘재원 환자 0명’으로 병상을 비웠고, 간호사들에게 불법으로 의사 업무를 전가시키거나 주52시간 이상 노동을 요구하며 근무시간 변경동의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의료노조도 조합원이 있는 의료기관 상황을 파악한 결과, 수술 취소·연기, 응급시술 중단, 타병원으로 전원, 입원병실 축소, 조기 퇴원 등이 이뤄지면서 환자·보호자들의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수술 일정이 연기되면 직장생활을 포기해야 된다. 제발 수술해달라’며 비는 환자도 있었다”고 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증원”이라며 기존 입장을 확고히 했다. 비상진료운영체계를 가동 중인 정부는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 및 전문의 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한다. 권역외상센터의 인력·시설·장비를 응급실의 비외상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업무 범위도 확대해 다른 병동의 입원환자까지 진료하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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