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복 급한 中지방정부, 덩샤오핑 '해방사상'까지 꺼내들어
홍콩매체 "덩샤오핑 사상과 달라…시진핑 사상 강화 목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경제 둔화에 시달리는 가운데 일부 지방정부에서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의 '해방사상'(解放思想)을 기치로 내건 경제 성장 캠페인을 시작했다.
20일 홍콩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후난성 당위원회는 지난 18일 통지문에서 각급 모든 간부가 이달 초 시작해 다음 달 말까지 진행되는 '해방사상 대토론'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난성은 성 전역에서 진행되는 해방사상 토론은 "발전에 대한 자신감 부족과 책임감 부족 등 지방 간부들의 문제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관리가 평가를 위해 단순히 국내총생산(GDP) 성장에만 의존하는 '중독'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4.6%를 달성하고 올해 성장 목표를 6%로 설정한 후난성은 통지문에서 "개혁·개방을 종합적으로 심화하고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후난은 개혁 돌파구를 이끌 아이디어로 얼음을 깨야 한다"며 모든 간부는 민간 기업을 위한 더 나은 기업 환경을 만들어내야 하고 자금조달·지불지연 등의 어려움 해결을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헤이룽장성도 당위원회 회의에서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공약하면서 해방사상을 내세웠다.
해방사상이란 사상을 해방시킨다는 뜻으로 구습과 편견 등을 타파하자는 의미다.
중국 '개혁·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이 1978년 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1기 3중 전회)에서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추진을 천명하며 내세운 핵심 사상 중 하나다.
당시 덩샤오핑이 "사상을 해방시키고 사실을 통해 진실을 구하며 일치단결하여 앞을 보고 가자"(解放思想 實事求是 團結一致向前看)라고 제시해 당의 기본노선으로 채택됐다.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특히 국가 경제를 거의 마비시켰던 문화대혁명 기간 벌어진 일을 중심으로 마오쩌둥 시대의 과오를 반성하자고 촉구할 때 해방사상을 활용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 지방정부들이 전개하는 '해방사상 캠페인'은 1970∼1980년대 벌어졌던 캠페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천다오인 상하이정법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SCMP에 "가장 큰 차이는 그들의 정치적 기원"이라며 "덩샤오핑이 전개한 해방사상 운동은 문화대혁명의 10년간의 사상적 감금을 깨기 위한 것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그러나 현재 후난성은 기본적으로 시진핑 사상을 강화하고 시 주석의 목표에 더 잘 부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후난성의 캠페인이 "사상을 해방시키고 사실을 통해 진실을 구하며 일치단결하여 앞을 보고 가자"는 3부분으로 구성된 덩샤오핑의 제안 중 첫번째 해방사상만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에 더욱 근본적인 돌파구를 모색하지 않으면 모든 논의가 기존 정책 우선순위 내에 국한돼 있어 해당 캠페인은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후난성은 통지문에서 "모든 토론은 당 중앙위원회와 시 주석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의 셰마오쑹 선임연구원은 후난성의 캠페인은 중국의 거대 관료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전술적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SCMP에 "10년간의 반부패, 징계 캠페인으로 많은 관리가 위험 회피 모드를 취하고 있다"며 관리들이 탕핑(躺平)으로 비판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탕핑은 몸과 마음이 지쳐버리면서 아예 더는 노력하지 않는 태도를 뜻한다.
그는 이어 "후난성은 해당 캠페인으로 관리들에게 더 많은 행동의 자유를 주고 가능한 실수에는 더 많은 관용을 제공하는 길을 찾으려 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알프레드 우 교수 부교수는 덩샤오핑 치하 해방사상 슬로건은 사회주의 사상을 완화하고 국제적 규범을 채택하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은 시 주석이 원하는 고품질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관리들이 가능한 모든 방안을 시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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