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 팬들이 쏘아 올린 테니스공…“축구는 귀족 스포츠 아냐”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장에 테니스공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다. 관중들이 테니스공을 경기장에 투척하면서 경기 시간이 10분 넘게 늘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주 22라운드 9경기에서는 평균 추가 시간이 15.9분에 달했다. 추가 시간만 20분 가량 주어진 경기도 적지 않았다.
이런 팬들의 행동은 분데스리가가 외부 자본에 중계권 지분 일부를 매각하려는 계획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로 해석된다. 외부 자본의 개입은 관중 입장료 상승 등을 초래해 축구의 대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즉 ‘서민 스포츠로서 축구를 돌려달라’, ‘테니스 같은 귀족 스포츠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과거 유럽에서 테니스는 비싼 장비와 전용 코트가 필요해 왕실 혹은 귀족들이나 즐기는 스포츠로 여겨졌다. 관중들은 테니스공 외에도 동전, 금빛 동전 모양 초콜릿 등을 그라운드에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골대에 자물쇠를 채워 경기장 운영 요원들이 전기톱으로 제거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분데스리가는 지금까지 구단 혹은 구단 팬들이 50% 이상의 클럽 지분을 보유, 지역 밀착형 운영을 강조해왔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한편, 외국 자본의 지나친 영향력을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2부 리그 경기장에도 관중이 가득 들어차는 배경으로 꼽힌다.
테니스 공 투척 사태는 분데스리가의 상업화와 자본 중심 운영으로의 이행에 대한 팬들의 깊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DFL(독일축구리그)의 중계권 지분 매각 결정에 대한 투표에서 36개 구단 중 26팀이 찬성했지만, 팬들은 이러한 결정이 분데스리가의 전통적 가치와 지역 연고제 정신을 훼손할 것을 우려하며 반기를 들었다.
이런 항의의 역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팬들은 과거에도 자본에 굴복하는 경향이 보일 때마다 테니스공을 던지는 등의 행동으로 항의해왔다. 2016년에도 도르트문트, 슈튜트가르트 구단이 입장권 가격을 올리자 팬들이 경기장에 테니스공을 던졌고, 선수들이 직접 테니스공을 줍느라 경기가 중단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분데스리가가 지역 연고 구단과의 긴밀한 연대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팬 문화를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팬들은 축구가 대중적인 스포츠로 남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도르트문트 공격수 니클라스 퓔크루크도 앞서 한 인터뷰에서 “팬들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는 그들의 무대이며, 이 무대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경기 지연 문제를 넘어 분데스리가의 미래 운영 방향과 가치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분데스리가가 지역 밀착형 운영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다른 유럽국 주요 리그보다 성장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중계권 지분 일부에 대한 외부 자본으로 매각 결정은 인프라 투자 확대, 클럽 재정 건전성 확보, 리그의 인기를 확장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팬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추진되는 상업화 계획에 진통만 커지는 모양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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