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장 대신 미장?"…한국 가치주가 미국 성장주 앞선다
중국 경기부양책, 기업 밸류업.. 가치주 투자에 관심 환기
올해 미국 시장보다 국내 주식시장, 성장주보다 가치주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금리 인하 시기에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한국 등 신흥국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가치주의 상승폭이 성장주보다 가파를 것이란 분석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이 미국을 포함한 여타의 주식시장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며, 시장 내부적으로는 성장보다 가치주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양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강현기 연구원은 먼저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미국 증시에서 이탈하는 자금이 한국 등 신흥국 증시로 이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가치 하락의 근거로는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속도 차이를 꼽았다. 유럽은 유로존 주요국의 물가 차이로 미국보다 빠르게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점진적으로 미 국채 2년물은 미국 금리 인하를 선제 반영해 나가고 유로채 2년물은 유럽 금리 인하가 쉽사리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투영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금리 차이로 달러 인덱스의 가치 하락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면 미국 주식시장 내 달러 자금이 한국 등 신흥국 시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재고순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이 저점에서 반등을 시작하는 시점이라 기업의 실적이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점에서다. 재고순환은 경기 변동에 따라 기업의 재고가 변하는 양상을 뜻한다.
재고순환이 저점이라는 것은 판매량이 저조해 기업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재고량을 줄인 단계다. 이후 수요가 늘어나면 기업은 생산량을 늘려 재고를 더 쌓아야 한다. 이처럼 기업의 생산 활동이 본격화하면 이익 전망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강 연구원은 "향후 인플레이션 완화, 금리 인하, 경기 회복, 기업실적 회복단계를 거치며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의 상승이 탄력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글로벌 재고순환 관점에서 달러 자금은 향후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형 주식시장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의 경기 부양책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국내 증시는 중간재 산업이 다수 포진돼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일반적으로 미국이 긴축정책(금리인상)을 시행하는 시기에 미국 외 국가가 완화정책을 내면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하락해 자금이 이탈한다. 그러나 향후 미국이 완화정책(금리인하)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중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도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강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기대치가 형성되고 있는데 기대가 현실화할 때 중국의 경기 부양책을 새 각도로 볼 필요가 있다"며 "지난 몇 년간 중국의 경기 부양책은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유의미하게 추진된다면 주식시장의 매력 순위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이 우수한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식시장 회복 국면에서는 가치주의 상대 성과가 우수한 현상이 역사적으로 반복됐다는 것이다.
DB금융투자 분석에 의하면 지난 2003년 카드채 버블 붕괴 이후 회복 국면에서 가치주는 65.8%, 성장주는 52.7% 상승했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가치주가 68.3% 상승하는 동안 성장주는 2.4% 올랐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회복 국면에는 가치주, 성장주가 45%, 21.2%씩 상승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려는 기업 밸류업 정책과 관련해서도 실질적인 효과는 모호하지만 가치주를 시장에서 주목하도록 환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강 연구원은 "일본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시장 상승에 있어 통화정책이 미친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은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시행해 자금조달 비용이 적고 엔화 가치 역시 하향 유지되고 있어 증시가 상승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밀히 말하면 현재 한국 주식시장은 펀더멘털이 순환적 저점에서 반등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시장 전반의 상승과 더불어 가치주의 상대 성과가 개선되고 있다"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이러한 현상에 환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치주의 상대적 강세 환경에서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는 △유틸리티 △철강 △화장품을 제시했다.
강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내려감에 따라 원가 하락이 이뤄지며 마진이 개선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완화할 때 탁월한 모습을 보이는 주식은 단연 유틸리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유의미하게 실행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철강 등 소재 업종을 추천한다"며 "중국의 후행적 소비가 일어날 때 화장품 등 소비재 업종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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