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청구 늘어서? 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6년만에 증원 배경은
피의자 신문조서 능력 제한...압색 영장 청구↑
압색 증거가 유무죄 갈라...이재용 무죄 배경
조희대 ‘사전심문제’ 도입 의지...역할 더 중요해져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3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2019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며 압수수색 총량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총량 증가와 더불어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기각 여부, 그리고 발부 받은 영장을 통해 얻은 증거가 유무죄 판결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점도 판사 증원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기각을 결정하기 전 사전심문이 필요하다고 밝힌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에 따라 영장전담판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영장 심사는 더욱 깐깐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장전담판사는 경찰이나 검사가 수사 단계에서 청구한 구속·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법원에 청구되는 영장 80%가 압수수색 영장이다. 주요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2008년 2명에서 3명에서 늘어난 뒤 2018년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를 수사하던 검찰이 영장 청구를 많이 하면서 5명까지 확대됐다가 그 이후로는 3명이었다. 증원이 이뤄진 건 6년 만이다.
법원은 작년 수사기관 영장 청구 건수가 전년 대비 30% 늘어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피의자의 진술보다 물적 증거의 중요성이 커졌다. 피의자가 검찰 앞에서 진술한 내용을 재판에서 부인하면 증거 능력이 없어지므로 수사 초기 피의자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계좌를 압수수색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는 2018년 25만건에서 2022년 39만7000건으로 늘었다.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한 증거 능력을 더욱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범죄와 관련한 증거를 압수했을 때는 원칙적으로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이런 법 내용은 이미 존재했으나, 법원이 최근 2~3년 이 원칙을 근거로 검찰의 별건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거는 사례가 나타났다.
지난달 1심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한 결정적인 배경 중 하나는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에서 입수한 서버, 외장하드 등에 대해 재판부는 특정 혐의와 관련된 증거만 추려 압수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영장전담판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이유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도입하겠다고 밝힌 사전 심문제 때문이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제도는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임의적으로 심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미국에서도 필요한 경우 추가 대면심리를 허용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작년 12월 인사청문회 때 “압수수색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많이 청구가 되고 그 과정에서 상응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라며 “영장청구서만 봐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누구를 불러 한번 확인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 판사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작년 2월 이 제도 신설을 담은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검찰은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다음달 안철상·민유숙 전 대법관 후임으로 선정된 엄상필·신숙희 후보자 임명동의 절차가 다음달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압수수색이 수사·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커졌다”라면서 “법원에선 압수수색이 영장에 기재된대로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점점 더 깐깐하게 따지고 있어 영장전담판사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졌고 업무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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