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첫 검사 탄핵심판 시작…"공소권 남용" vs "원칙 처분"
피청구인 "새로운 사실 확인해 사정 변경"
'탄핵해 얻는 이득 커' vs '파면 사유 아냐'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에게 '보복 기소'를 했다는 이유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 소추된 안동완(53·사법연수원 32기) 부산지검 차장검사의 탄핵심판 변론이 본격 시작됐다.
헌법재판소는 20일 오후 2시부터 대심판정에서 '2023헌나2 검사(안동완) 탄핵' 사건의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당초 변론은 이달 1일 예정됐지만, 청구인의 대리인 사정에 따라 기일이 변경돼 이날 진행됐다.
탄핵을 청구한 국회 측에서는 깁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김용관 법무법인 백송 대표변호사(21기), 김유정(41기) 변호사가 참석했다.
피청구인 측에서는 당사자인 안동완 검사와 이동흡(5기) 전 헌법재판관과 고흥(24기) KDH 대표변호사, 김후균(28기) 해광 대표변호사, 은연지(변호사시험 10회)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나섰다.
양측은 안 검사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 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보고 재차 기소한 것이 '보복 기소'에 해당하는 지를 두고 다퉜다.
특히 안 검사가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한 이후 재차 기소하고, 항소심에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음에도 이에 불복해 상고한 것이 주요 쟁점이었다.
청구인 측은 안 검사의 공소권 남용이 구검찰청법 제4조2항과 형법 제123조,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구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의 직무에 관한 내용으로 2항에서는 '검사의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형법 제123조는 직권남용에 관한 내용으로 직권을 남용한 공무원의 처벌 규정을 명시하고 있으며, 공무원법 제56조는 공무원의 성실 의무에 대해 적시하고 있다.
청구인 측 김용관 변호사는 "피청구인은 2010년 3월29일 유우성 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를 처분했다. 이후 유우성 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혐의가 증거위조로 무죄가 선고되자,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음에도 기소유예 처분했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실에 대해 다시 공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항소심 법원은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했다. 그럼에도 검사가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며 "사법 역사상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최초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피청구인의 이 같은 행위는 구검찰청법 제4조2항, 형법 제123조, 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함이 분명하다"며 "피청구인이 직무 집행에 있어 법률을 위배했으므로 탄핵 해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피청구인 측은 안 검사의 추가 기소는 이전과 다른 추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을 뿐, 어떠한 다른 고려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청구인 측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은 "피청구인이 수사한 결과 이전 기소유예 처분의 사유가 된 전제사실과 배치되는 중요한 사실들을 확인했다. 수사 결과 실물이나 공범의 가담 방식, 이익취득액 등 기소유예 사건과 수사 결과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재판관은 항소심에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심 판결은 변경된 내용을 제대로 심리하거나 확인하지 않은 채 막연히 '어떤 의도가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 심리도 하지 않고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연 항소심 판결과, 이를 정당하다고 본 판시가 정당한지 탄핵심판절차에 제출된 여러 증거를 면밀히 재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피청구인 당사자인 안 검사는 직접 변론에 나서며 "사정변경을 이유로 이전 처분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기소했다. 수사하고 판단해 결정하면서 다른 고려는 하지 않았다. 법과 원칙에 따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준 사법기관인 검사가 신속히 수사해 실체진실 결과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고, 사법기관인 법원이 각 재판에서 판결을 달리한 사안"이라며 "법적 평가가 달라졌다고 해서 (검사를) 탄핵한다면 어떤 검사가 소신있게 일 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사건 처리가 보복기소라는 청구인 주장은 증거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의혹 제기다. 청구인이 주장하는 목적이나 (추가 기소에)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심리를 통해 확인해서 저와 검찰의 명예 회복해달라"고 말했다.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과 판면으로 인한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도 다른 주장을 내놨다.
청구인 측 김유정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헌재는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공직자의 경우 파면에 따른 효과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미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 (탄핵)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며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중대성과 파면결정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피청구인의 행위는 헌법질서에 대한 부정적 영향과 해악이 크다. 이에 따라 (안 검사를) 파면해서 얻는 헌법수호 이익, 소추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에 대한 국민신뢰 회복 이익 등이 클 수 있다"며 "반면 피청구인을 파면해서 얻는 손실 및 공백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청구인 측 김우균 변호사는 "법률을 위반했다는 청구인 측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또 그것이 바로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안 검사는 이날 변론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법정에서 관련 법리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3년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유우성이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며 유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국정원의 회유와 협박 때문에 허위 진술을 했다는 유씨 여동생 진술 등을 바탕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검찰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아 법원에 제출한 유씨의 북한 출입기록이 위조된 자료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고, 검찰은 결국 해당 증거를 철회했다. 유씨는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심 종료 후 유씨를 대북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추가 기소했다. 이미 검찰에서 해당 혐의에 대해 4년 전 기소유예를 처분했지만, 새로운 혐의가 발견됐다며 기존 판단을 뒤집고 다시 기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유씨에 대한 '보복 기소'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유씨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진행된 1심에서는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은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것도 없으며 기소할 사정이 있었다면 유씨의 국보법 위반 혐의를 기소한 2013년에 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져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해당 혐의를 무죄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2021년 10월 이를 확정,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다는 취지 판단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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