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의료대란 현실화…비상진료 주력하고 의정소통 지속돼야

연합뉴스 2024. 2. 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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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 양상은 전국 각 병원에서 확산할 조짐이어서 환자나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이탈 양상이 가시화하면서 일선 의료현장의 비상진료 체계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섰다.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이 확산하면서 의정 갈등과 의료 현장의 난맥상이 장기화하지 않을까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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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에 붙은 진료 지연 안내문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필수의료 핵심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안과 진료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2.20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필수의료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들은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19일 오후 11시 기준 이들 병원 소속 전공의 55%가량인 6천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직서 제출자의 25%가량인 1천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 양상은 전국 각 병원에서 확산할 조짐이어서 환자나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응급·당직 체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는 전공의들이 사실상 파업에 들어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응급실에서 20시간 이상 대기했다는 시민의 하소연, 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제왕절개 수술 연기를 통보받은 사연, 목디스크 수술이 무기한 연기돼 당황스럽다는 환자 가족의 성토 등이 쏟아진다. 의료 공백의 폐해가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돼가는 형국이다. 일부 대형병원에선 신규 입원환자는 받지 않고 기존 환자는 퇴원을 앞당겨지는 혼란상도 나타난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부재로 수술을 절반 이상 감축할 가능성이 제기되는가 하면 하루 평균 200건 이상 수술 일정을 소화하는 삼성서울병원은 전날 이미 10%가량인 20건의 수술이 연기됐다.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가시화하는 의료 공백 사태를 풀기 위한 해법찾기가 시급해진다.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장 선출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지금 전공의들이 있어야 할 곳은 의협 회관이 아니라 의료 현장이다. 국민 건강과 생명 보호를 도외시하는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은 정당성을 부여받기 힘들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이탈 양상이 가시화하면서 일선 의료현장의 비상진료 체계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섰다. 모든 가용한 수단을 활용해 의료 현장에서 환자 피해나 진료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를 통해 의대 증원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이는 법 원칙에 근거한 엄정한 대처 방침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정부의 당연한 대처이지만 그렇다고 의정 간 소통의 노력도 멈춰선 안 될 것이다.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이 확산하면서 의정 갈등과 의료 현장의 난맥상이 장기화하지 않을까 우려가 나온다.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바로 돌아오고, 의료 개혁을 향한 면밀하고 깊이 있는 정부와 의료계 간 협의는 당장 재개돼야 한다. 양측 모두 대화의 끈을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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