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민 늘린다더니…악몽 된 ‘낚싯배 선장’ 꿈
[전국 프리즘] 송인걸ㅣ전국부 선임기자
낚시 인구가 1천만명을 웃돈다고 한다. 공식 통계는 2018년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850만명이다. 코로나19 확산기에 낚시인들이 증가했으니 근거 없는 수치는 아닌 듯싶다. 낚시가 인기를 끌어서일까. 도시에서 어촌으로 삶터를 옮긴 귀어인이 2018년 986명, 19년 959명, 20년 967명, 21년 1216명, 22년 1023명에 이른다. 해양수산부가 밝힌 2027년 귀어인 목표는 7500명이다.
고봉수씨는 2019년 귀어한 959명 가운데 한명이다. 서울에서 충남 보령으로 이사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초보 선장 티만 벗으면 살 만하다는 주변의 권유에 낚싯배 마돈나호를 건조했다. 결혼해 아들도 낳았다. 이선우씨는 낚시가 좋아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 시흥에서 급식업을 정리하고 보령으로 와 낚싯배 나르샤호의 선장이 됐다. 이종훈씨도 귀어한 낚싯배 선장이다. 2019년 초에 대전에서 충남 무창포로 이사했다.
이들이 귀어할 당시 10톤 미만의 연안어업면허 어선이나 구획어업면허 어선, 혹은 양식장 관리선 가운데 구명 설비 등을 갖춰 안전 기준을 통과하고 행정기관에 신고하면 낚싯배 영업이 가능했다. 이들은 각각 1억8천만~3억원의 정책자금을 대출받고 전 재산을 보태 낚싯배를 장만하고 어업면허를 샀다. 이종훈씨는 “당시 면허 거래 가격은 연안이 7천만~8천만원, 구획은 3천만~4천만원이었다. 상대적으로 값싼 구획어업면허를 샀다”고 했다.
2020년 겨울, 귀어의 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낚시관리법(낚시관리 및 육성법)이 개정돼 ‘어업허가가 있는 어선만 낚싯배를 할 수 있다. (구획어업면허 어선을 포함한) 관리선은 낚싯배를 못’하게 바뀌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구획어업면허는 허가받은 해상에서 정치성(고정식) 어구를 설치해 조업하는 방식이고, 연안어업면허는 어구를 싣고 다니다 고기 떼를 보면 그물을 풀어 잡는 이동식 조업을 말한다. 해수부는 연안어업은 허가가 배에 있지만 구획어업은 허가가 어구에 있고, 구획어선은 어구를 관리하는 배이므로 관리선이라고 보았다.
바뀐 법령은 해양수산부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낚싯배를 줄여 해상 안전과 어족자원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추진해 2018년 8월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2019년 2월8일 발효됐다. 고씨와 이씨 등은 빚을 내어 쓸모없어질 면허와 배를 산 셈이었다.
이들은 각계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는 ‘구획어업면허 어선은 낚싯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해수부는 ‘개정 전 공청회 등 법적 절차를 이행했고 개정 당시 관리선 낚싯배는 5년간 적용을 유예’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구획어업면허 낚싯배는 충남에 189척(986척의 19.2%), 전국적으론 570여척(4394척의 13.0%)이 있다(2023년 9월 기준). 충남도는 올해 감척 사업에 나섰으나 한 척당 보상비는 1억5천만원 수준에 그친다.
충남 구획어업허가 어민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관할 읍·면·동 행정기관에 낚싯배 신고서를 냈다가 개정 법에 따라 모두 반려되자 지난 7일 충남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낚시업을 계속하게 해달라는 임시처분신청서도 냈다. 장진원 충남도 해양수산국장은 “지난 16일 행정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어민들이 낚싯배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임시처분했다. 해수부에 법 개정 이전에 낚싯배 영업을 해온 구획어업면허 어선들의 구제 방안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민비대위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윈의 전상욱 변호사는 “해수부는 법을 개정하면서 피해가 예상되는 어민들을 배제했다. 또 개정 법은 수산업법상 관리선 해석과 배치되는 모순이 있다”며 “귀어를 장려해온 해수부가 귀어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낚시인의 불편을 초래했다. 더 늦기 전에 상식선에 맞도록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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