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실현된 ‘코리안 리유니언’, 보라스의 예상은 왜 빗나갔나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4. 2. 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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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리유니언’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단장회의 현장에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자신의 고객 류현진의 행보에 대한 질문에 남긴 대답이다.

당시 그는 류현진의 빅리그 잔류를 강하게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11월 단장회의에서 보라스는 류현진의 빅리그 잔류를 확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 MK스포츠 DB
그때 분위기는 그랬다. FA 시장에 대한 체감온도는 그렇게 낮지 않았다. 특히 선발 시장은 더욱 그랬다.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에이전트인 조엘 울프도 “모든 팀이 선발 투수를 필요로하고 있다”며 선발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소한 류현진에게 있어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류현진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2월 중순까지 팀을 찾지 못했고, 결국 한국으로 방향을 돌렸다.

메이저리그에서 FA 선수가 2월까지 팀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다. 브라이스 하퍼는 심지어 3월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류현진에게는 기다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자 획득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기에 정상적인 시즌 준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심적인 부담도 상당했을 것이다.

해가 가기전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에 사인했던 지난 2019년 겨울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 사이 류현진은 더 나이가 들어 이제 30대 후반의 노장이 됐고, 한 번 더 수술을 받았다.

괜찮은 조건으로 계약을 받아 빅리그 생활을 연장한다 하더라도 예전같은 대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느 팀을 선택하든 위로는 1~2선발급 에이스들에게, 밑으로는 유망주들에게 치이는 생활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우에 따라 선발이 아닌 다른 보직을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비슷한 나이대의 노장 선수들이 흔히 겪는 일이다.

토론토 시절 에이스 대우를 받았던 그가 여전히 그때와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팀은 지구상에 단 한 곳, 한화이글스 뿐이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계약을 맺었든, 예전같은 대우를 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사진= MK스포츠 DB
여기에 상황도 안좋았다. 에이전트들이 예상한 그 ‘선발 투수를 필요로 하는 팀들’이 지갑을 닫으며 FA 시장이 정체됐다.

캠프 기간 만난 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시장이 느려도 너무 느리게 돌아간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유가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팀중 절반에 육박하는 14개 팀과 중계권 계약을 맺은 다이아몬드 스포츠사가 파산했다. 중계권 수입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다. 2024시즌 당장 이 수입원이 불확실해지자 선수 영입에 지출을 줄이는 팀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그런 상황에서도 제법 괜찮은 조건에 계약한 베테랑들도 있었다. 카일 깁슨(36, 1년 1200만 달러)과 랜스 린(36, 1년 1100만 달러)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했다.

상황만 맞았다면, 류현진도 충분히 빅리그팀과 계약할 수 있었을 터. 그러나 류현진은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전략을 갖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의 에이전트 보라스는 고객에게 최대의 가치를 안겨주기 위해 장기전도 불사한다. 류현진에 대한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먹혀들지 않은 모습.

한 관계자는 “그의 전략은 초대형 FA들에게는 통하지만, 1000만 달러 위아래급 선수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구단들 입장에서는 계약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라며 계약 실패에 대한 나름대로 생각을 전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에이전트 때문일까? 보라스의 또 다른 고객 제임스 팩스턴을 보면 그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류현진과 비슷한 나이, 많은 부상 경력을 안고 있던 팩스턴은 인센티브가 연봉보다 많은 계약을 받아들어야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팩스턴은 LA다저스와 복잡한 계약을 맺었다. 애초에 1년 1100만 달러 계약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계약이 재조정되면서 계약금 300만 달러, 2024시즌 연봉 400만 달러해서 총 700만 달러가 보장된 계약으로 드러났다.

대신 인센티브가 연봉보다 많은 600만 달러가 잡혔다. 선발 등판 횟수, 로스터 등록 일수에 따른 복잡한 조건이 붙었다. 팩스턴은 다저스 합류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부상 이력을 걱정한 구단이 취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KBO리그와 달리 메이저리그의 인센티브는 대부분이 ‘시즌 내내 아주 잘했을 때’에만 받을 수 있는 조건인 경우가 많다. FA 계약 때 최대 금액으로 공개하는 한국과 달리 메이저리그에서 보장 금액 위주로 계약을 발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슷한 나이, 그리고 역시 부상 이력이 많다는 점에서 류현진도 오퍼를 받았다면 이와 비슷한 조건을 제시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도 언급했듯 이전 팀에서 에이스 대우를 받았던 그가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 안정적인 조건으로 큰 돈을 받을 수 있는 팀이 바다 건너에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더 그랬을 것이다.

‘스스로 증명할 자신이 있다면 도전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증명할 만큼 증명한 선수다. 가족들의 생계도 책임져야한다.

결국, 류현진은 자신과 가족들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여기에 적지않은 연봉과 ‘고향팀으로 복귀’라는 낭만까지 얻었다. 지난 11시즌 동안 그의 희로애락을 모두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그에게 정말 고생많았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더 이상 투수의 것이 아니듯, 기자의 손을 떠난 글도 더 이상 기자의 것이 아니다. 판단하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피닉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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