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때만 비대면 진료 한시적 허용 "증명 기회 vs 확대 배경 씁쓸"

정기종 기자 2024. 2. 20. 16: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 둔 의료계·정부 갈등 심화…전공의 현장 이탈 등 의료대란 우려 가중
정부, 대응 차원서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 카드


의대 정원 확대를 둔 정부와 의료계 갈등에 비대면 진료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의료진 현장 이탈 대응책으로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카드를 꺼내 들면서다. 코로나19(COVID-19) 엔데믹을 기점으로 주춤했던 업계 입장에선 또 한 번의 기회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 간의 노력이 무색한 단순 의료계 압박용 조치에 활용 됐다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케어랩스와 라이프시맨틱스, 인성정보, 비트컴퓨터 등의 주가는 지난 8일 이후 최대 60% 이상 단기 급등했다. 8일 이후 설 연휴 등이 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6거래일 만의 가파른 상승폭이다.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은 보인 곳은 케어랩스다. 설 연휴 직전인 8일 4285원이었던 주가가 이날 703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64.1% 급등했다. 인성정보(59.4%)와 라이프시맨틱스(27.8%), 비트컴퓨터(19.5%) 역시 8일 종가와 비교해 평균 35%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해당 기업들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보유한 곳들이다. 케어랩스는 '굿닥'을, 라이프시맨틱스는 '닥터콜'을 보유하고 있다. 비트컴퓨터는 지난해 9월 비대면 진료 플랫폼 '바로닥터'를 론칭했고, 인성정보 역시 지난해 12월 재외국민 대상 플랫폼 '오케이닥'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확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비대면 진료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은 의료공백 우려가 불을 붙였다. 정부는 지난 6일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를 결정했다. 내년부터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갈등이 심화됐다.

양측 입장의 첨예한 대립 중 의료계가 집단 행동 예고에 나서며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 됐다. 빅5 병원 전공의 전원이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일 오후 10시 기준 10개 수련병원, 1091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737명의 전공의가 출근하지 않았다. 같은날 오후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중 55%에 해당하는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직서 미수리에도 제출자의 약 25%인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의사 부족을 이유로 환자 접수를 중단하고, 수술이 취소되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는 중이다.

정부는 의료진 현장 이탈에 대한 엄중한 처벌 입장을 고수하면서 의료공백 발생시 비상대응체제 일환으로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시장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좀 처럼 힘을 쓰지 못하던 관련 기업들이 재조명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성남=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22년 1월 경기도 성남시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와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2022.1.21/뉴스1


국내 비대면 진료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한시적으로 허용되며 기회를 맞았다. 3년에 걸친 시행 기간 전국에서 1380만여명이 비대면 진료를 받았고, 우려와 달리 단 한 건의 의료사고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엔데믹 국면 전환 이후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산간 벽지나 거동이 불편한 일부 환자를 제외하고 비대면 진료 초진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기술력과 서비스 여력을 지닌 비대면 플랫폼 기업들이 불가피하게 해외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닥터나우와 라이프시맨틱스가 각각 일본과 태국에서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업계는 의료대란으로 인한 국내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될 경우 업종 가치를 재차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특수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국면에서 재평가를 통해 효용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의료 공백을 채우는 데 유효한 역할을 이미 증명한 상태다"며 "다시 한번 전면 허용된다면 또 하나의 사례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되며, 시행 과정에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을 씁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어디까지나 의료 파업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또 한번의 '한시적' 허용과 그 배경에 허탈감을 표하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그 실효성을 입증하고도 다시 빗장이 걸린 이후 업계가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좀 처럼 반영이 되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며 "또 다시 한시적일 비대면 진료 허용이 산업 육성이 아닌 의료진 압박용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이렇게 쉽게 풀 수 있는 게 왜 지금까지 막혀있던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