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회장직’ 신설할 듯…일각선 우려도

조유빈 기자 2024. 2. 2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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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3월 정기주총에 회장·부회장 직급 신설 안건 상정
유한양행 측 “회사 성장에 따른 정관 확대 차원…이번 주총서 선임 없어”
내부 일각선 “투명 경영 흔들릴까” 우려 제기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유한양행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정기주총)에서 일부 정관 변경을 통해 회장과 부회장 직급을 신설한다. 유한양행 측은 회사의 성장에 따라 조직 체계를 확대한다는 입장이지만, 회사 내부 일각에서는 투명 경영을 원칙으로 삼았던 회사의 방침이 흔들릴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유한양행 ⓒ연합뉴스

유한양행, 30여 년 만에 회장직 신설 논의

유한양행은 지난 14일 소집공고를 내고, 내달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정기주총을 개최한다고 공시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총에서 다룰 '정관 변경' 안건이 주목받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서 이사 중에서 사장,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약간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정관의 내용을 '이사회의 결의로서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약간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변경한다. 기존의 직급 체계에 회장과 부회장 직위를 신설하는 것으로, 퇴직금 지급 기준에도 회장과 부회장 직위가 포함됐다.

유한양행은 회장직 신설에 대해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급 체계를 넓힐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정관의 변경사항 ⓒ전자공시시스템

지금까지 유 창업주를 제외하고 유한양행의 회장직을 맡은 것은 연만희 전 고문이 유일하다. 1961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 사장직에 오른 연 전 고문은 합작투자 등으로 업무조정 필요성이 커졌던 1993~1995년 회장직을 수행한 이후 고문으로 남아 있다가 지난 2021년 사임했다.

연 전 고문은 과거 한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개인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임기 제한이 없는 경우 임기 만료 때마다 경영권과 관련한 많은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임기제와 같은) 이러한 전통을 유지·발전해나가기 위해 임기를 1년 남겨둔 시점에 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유한양행은 평사원 출신 전문경영인 사장 체제를 이어왔다. 이 같은 행보는 국민들이 유한양행을 '모범기업', '착한 기업'으로 여기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한양행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유한양행의 대표이사 임기는 3년으로, 연임 1회를 포함해 최대 6년이다. 2021년 퇴임한 이정희 전 사장은 현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조욱제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과 이정희 이사회 의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재선임 안건도 상정됐다. 업계는 유한양행 대표이사 대부분이 6년의 임기를 채운 만큼, 조 대표이사도 연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우려글…"창업주 건강한 정신 지키고 싶어"

회장직 신설 계획에 대해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인 없는 회사'로 운영돼왔던 유한양행의 투명 경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한양행 오너 일가는 1969년부터 기업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후 경영권 세습을 일절 하지 않고, 내부 승진에 기반한 전문경영인 제도를 운영해왔다.

한 유한양행 직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정관까지 변경해 회장 자리를 만든다는 사실이 개탄스럽고, 힘없는 직원이지만 막아보고 싶다"며 "3월15일 주총에서 이번 안건이 통과가 된다면 직원으로서 좌절이며, 유일한 박사님께서 곡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회장직 신설이 특정인의 사익을 위해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또 다른 직원은 "유 창업주로부터 시작된 투명하고 건강한 정신으로 운영되던 회사를 지키고 싶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유한양행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정관에 회장직을 신설한 것은 회사 규모 확대에 따른 향후 선임 가능성을 마련한 것으로, 이번 주총에서 회장과 부회장을 선임하거나 특정인의 승진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임원진 수가 늘어나면서 '대표이사는 사장만 할 수 있다'는 제한적인 정관을 확대하는 차원이며, 이는 역량 있는 인재를 그에 맞는 직위로 영입하고, 글로벌 사업에도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는 게 유한양행의 입장이다.

한편 현재 유한양행의 사장은 2명, 부사장은 6명이다. 사장으로는 조 대표이사와 김열홍 R&D 총괄 사장, 부사장으로는 이병만 경영관리본부장, 이영래 생산본부장, 오세웅 중앙연구소장, 임효영 임상의학본부장, 유재천 약품사업본부장, 이영미 R&BD본부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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