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불황 탈출…SK하이닉스가 투자한 '키오시아' 어디로?
美 WD와 첨단 낸드 투자 속도…日 정부 1조 보조금 승인
합병 재개 가능성도…SK하이닉스에 '당근책' 제시설 주목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서며 불황 탈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일본 키오시아 실적 움직임이 주목 받고 있다.
키오시아는 삼성전자에 이어 낸드 업계 글로벌 2위 업체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낸드 불황으로 역대급 손실을 보이며, 이를 만회하기 위한 일본 정부 지원과 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회사 주주인 SK하이닉스의 전략적 선택도 시장 재편의 변수가 될 수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키오시아는 회계연도 기준 2023년 3분기(10~12월)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2620억엔, 영업손실 650억엔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8.5% 증가했다. 영업손실도 전 분기 대비 35.5% 감소했다.
평균판매단가(ASP)도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을 유지하면서 10% 이상 상승했다.
키오시아 측은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 및 운영 비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제조 비용을 절감하고, 주요 제품 개발을 가속화해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수익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오시아, 정상화 움직임…WD와 협상 재개 가능성 촉각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이달 초 키오시아 그룹과 미국 웨스턴디지털(WD) 합작회사가 미에현의 욧카이치와 이와테현의 기타카미에 짓고 있는 최첨단 낸드 메모리 공장에 최대 1500억엔(1조3000억원)의 보조금 지원 계획을 승인했다.
키오시아와 WD의 합작 공장이 일본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앞서 2022년 929억엔을 포함해 총 2429억엔(2조1000억원)의 자금 지원이 기대된다.
키오시아와 WD는 이 곳에서 최근 낸드 업계에서 시장 경쟁이 가장 치열한 3D(3차원) 수직 낸드 제품 중 8세대(200단대), 9세대(300단대) 등 차세대 제품을 생산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키오시아는 지난해 3분기(7~9월) 낸드 시장 점유율이 14.5%로, 전년 업계 2위에서 4위까지 추락했지만, 첨단 제품 시장에서 경쟁력 회복을 노린다.
합작 공장에 대한 일본 정부의 추가 자금 지원으로 키오시아와 미국 WD와의 협력 관계도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는 낸드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생산과 관련해 오랜 기간 협력을 이어왔고, 몇 차례 합병 논의까지 오고 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중단된 양사 합병 논의가 재개되고 있다고 본다.
SK하이닉스, 키오시아-WD 합병 ’캐스팅보트’로 주목
지난 주 일본 지지통신은 키오시아가 합병 승인을 댓가로 SK하이닉스의 일본 첨단 낸드 공장의 사용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측은 “(키오시아로부터) 그런 제안이 온 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낸드 업황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어 키오시아에서 이 같은 제안을 했다면 SK하이닉스가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키오시아와 WD간 합병으로 가장 피해를 볼 기업은 낸드 업계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로 거론돼 왔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양사 합병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양사는 합병 협상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낸드 업계가 내년 라인 정상화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키오시아-WD의 일본 공장을 활용하면 증설이나 신규 투자 없이도 생산능력을 크게 늘릴 수 있어 첨단 낸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업계에서는 팹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 데 투자하지 않고도 메모리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인 거래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합병이 SK하이닉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로 활용될 수도 있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데, 지난해 4분기 투자자산 평가손실이 1조4300억원 가량 발생했다. 지난해 8조원 영업손실을 낸 데다 낸드 업황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선택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10월 양사 합병 논의 중단 이후 “더 좋은 방안이나 새로운 대안이 있다면 충분히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여지를 남겼다. 곽 사장은 최근에도 “(입장에) 변화는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자산 가치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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