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빠져 먹은 약, 인중도 수북?…부작용 없는 탈모약, 어디까지 왔나
'마지막 블록버스터' 탈모 치료제…국산 치료제 전쟁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마지막 블록버스터' 탈모 치료제 시장을 개척 중이다. 국내 탈모 인구만 100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치료제 시장 규모는 이미 10조원에 달한다. 현재 선두에 있는 치료제들은 발기부전이나 우울증 유발 등 부작용 우려가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효과와 안전성 둘 다 잡을 수 있는 'K-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 케라메딕스는 현재 탈모 치료용 주사제로 개발 중인 혁신 신약 후보물질 'HK1'의 임상 1상 IND(임상시험계획)를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신청했다. HK1은 인체 모발 구성 성분인 '케라틴'을 이용한 약물로, 모발 성장이 멈추는 휴지기 때 사이토카인인 'TGF-BETA 2'에 의해 만들어지는 케라틴 성분을 탈모 환자에게 주사해 발모를 유도하고 추가 탈모를 억제한다.
케라메딕스는 HK1을 남성과 여성 탈모에 모두 적용 가능한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한송욱 케라메딕스 대표는 "내인성 물질인 케라틴으로 만들기 때문에 전임상에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라며 "탈모 부위에만 직접적으로 약물을 주입해 발모를 유도하는 주사제형으로, 한 달에 한 번씩만 투여하게 만들어졌다. 매일 먹어야 하는 경구용과 달리 병원에서 치료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의사가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탈모 치료제 시장은 제약 업계 '마지막 블록버스터'로 불린다. 이미 약 10조원 규모인 탈모 치료제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탈모치료제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8% 성장, 약 19조원으로 몸집을 키울 전망이다. 약 1300억원에 달하는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도 이와 비슷한 속도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탈모치료학회는 국내 탈모 인구를 전체 인구 5분의 1에 달하는 1000만명으로 추산하는데, 민간요법·비급여 치료 환자들까지 따지면 탈모 치료제 시장의 잠재적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선점한 치료제들은 있다. 탈모 억제에 90% 효과를 보이는 MSD의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GSK의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 오리지널과 제네릭(복제약)이 세계 탈모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은 여전한 숙제다.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기전의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성분은 성 기능 저하, 간 기능 이상, 우울증 등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이들 약물은 가임기 여성이 복용 시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커져, 현재로선 '미녹시딜'이 유일한 여성용 탈모약이다. 다만, 미녹시딜은 농도 3% 이상을 쓸 경우 부작용으로 다모증이 생겨 인중 등 원하지 않는 부위에도 털이 날 가능성도 있다.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 빨라지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줄기세포 탈모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통해 신약 'JW0061'을 개발 중이다. 이는 모낭 줄기세포에 있는 윈트(Wnt)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해 모낭 증식과 모발 재생을 촉진시키는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후보물질이다. 2023년도 1차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 과제로 선정돼 비임상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JW중외제약은 연내로 식약처에 JW0061 관련 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위더스제약, 인벤티지랩과 공동으로 피나스테리드 성분을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한 'IVL3001'(1개월 지속형)과 'IVL3002'(3개월 지속형)를 개발 중이다. IVL3001은 호주에서 임상 1상을 마친 상태로 국내 3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IVL3002는 호주에서 1/2상을 준비 중이다. 종근당의 경우 'CKD-843'과 'CKD-498'을 개발 중이다. 특히 현재 임상 2상에 돌입한 CKD-498의 경우 국내에서 개발 중인 사실상 유일한 여성용 탈모 치료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구용 탈모약이나 바르는 약은 매일 발라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보니, 최근 기업들은 1~3개월마다 주사로 맞아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탈모 신약을 개발하는 분위기"라며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봐야겠지만, 시장을 선점한 치료제 대비 부작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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