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테무 공습에 미소짓는 네카오
중장기적으론 경쟁 관계..."영향력 확대 주시"
중국 e커머스(전자상거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초저가 상품을 내세워 국내 시장 영향력을 크게 높이면서 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 광고 플랫폼과 NHN KCP, 헥토파이낸셜 등 결제 관련 사업자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알리와 테무의 급성장…"친구야? 적이야?"
20일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앱 1·2위를 차지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해 11월 사용자 수는 707만명으로 연초 대비 371만명이나 증가했고, 같은 기간 테무의 사용자 수도 354만명에 달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직구(직접구매)는 단순 테마가 아닌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습"이라며 "이달 13일 기준 구글플레이 앱 순위도 알리가 1위, 테무는 2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e커머스를 통해 극단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직접구매하는 수요의 급증은 단기적 이슈가 아니라 물가상승과 소비습관 변화에서 비롯된 빅트렌드라는 판단이다.
지난해 실적을 최근 발표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화제가 됐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e커머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우려 섞인 질문이 집중적으로 나왔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는 중국 e커머스의 공습이 오히려 기회가 된다고 봤다. 중국 e커머스들이 마케팅 투자를 확대하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온라인 광고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애플을 상대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그룹이 모바일 시장에선 경쟁을 하는 등 '프레너미'(frenemy·친구이면서 적)인 상태인 점과 유사하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중국 커머스가 이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선명해서 성장이 가파른 것 같다"면서도 "이들이 네이버쇼핑에 영향을 주는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e커머스는 경쟁상대일뿐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로도 볼 수 있다"며 "이들의 광고 지출이 네이버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 역시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커머스는 크게 가치소비와 가격소비로 나눠볼 수 있는데, 카카오는 가치소비를 지향하고 있어 직접적 영향권에 있진 않다"며 "오히려 국내에서 가격소비를 위주의 종합몰은 양강체계로 개편됐는데 새로운 플레이어가 참여하면서 마케팅 수요가 늘어나 광고비 집행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제 사업자들 '흐뭇'…중장기 영향력도 살펴야
국내 결제 관련 사업자들도 중국 e커머스의 득세 덕에 매출이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상황이다. NHN KCP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9720억원으로 전년대비 18.1% 증가했다.
안현식 NHN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작년 실적 발표 이후 진행한 컨콜에서 "NHN KCP는 최근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중국 커머스 플랫폼의 매출도 일부 반영되며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조은애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NHN KCP는 올해 고성장하는 중국 직구, OTT 등 주요 해외 가맹점의 거래대금 유입 효과를 확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제 관련 사업자 헥토파이낸셜도 수혜 기업으로 분석된다. 헥토파이낸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8% 증가한 1526억원으로 나타났다.
김현겸 KB증권 연구원은 "헥토파이낸셜은 펌뱅킹(firm banking) 기반 간편현금결제, 온·오프라인 PG(전자결제대행), 가상계좌 등의 사업뿐 아니라 종합 외환 라이선스를 보유한 전자금융사업자"라며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외환 차액 정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해외 B2B(기업간거래) 결제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중국 e커머스 사업자들의 국내시장 영향력 확대 상황을 면밀히 살펴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네이버·카카오 입장에서 중국 e커머스들은 경쟁자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e커머스가 알리와 테무 위주로 개편된다면 마케팅 비용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경우 "이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영향력을 높일 수 있으므로 동향 파악하고 효과를 지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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