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퇴골 골절인데 수술 못해"…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혼란(종합)
(전국종합=뉴스1) 박소영 장성희 이기범 유재규 오현지 조아서 기자 = 수도권 대형병원 '빅5' 전공의들이 당초 선언대로 20일부터 근무중단을 시작한 가운데 지역 대학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이탈로 의료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아직까지 응급환자 사망 등 극단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았지만 수술, 진료 등 필수의료 업무가 취소 또는 연기가 불가피해 의료현장 곳곳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전공의 파업에 대비해 진료나 입원일정을 조정한 탓인지 '빅5' 병원(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반면 지역의 병원은 다른 날과 다름없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볐다. 아직까지 수술이나 진료가 밀리지 않아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환자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남부 최대 규모 상급종합병원인 수원시 소재 아주대병원은 이날 다른 날과 다름없이 내원한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볐다. 각 과에 진료받기 위해 대기중인 환자들은 2~4주 전에 예약을 잡아놓은 환자들이다. 외래진료는 대학교수 등 전문의가 담당하고 있기에 혼잡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전날 오후부터 아주대병원 소속 전공의 130여명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해 신규 예약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병원에서 마주친 30대 여성 B 씨는 정형외과 예약을 할 수 없다는 병원 측의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인천 남동구 가천대길병원은 접수대와 진료실 앞은 만석으로, 파업 소식에 진료나 수술 예약을 미리 당겨서 진행하거나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몰리는 모습이었다. 진료예약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도 보였다.
기관지 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병원에 온 60대 여성 C 씨는 "어머니가 나이가 많아 치료가 빨리 진행돼야 하는 데 불안하다"며 "수술을 하는 환자가 아니라 후순위로 밀릴까 걱정된다"고 했다.
수술이 취소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환자들도 있었다.
서울 아산병원에서 만난 30대 남성 D 씨는 "수술 전날 퇴원하라고 하더라. 화가 나 보건복지부에 신고하려다 참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D 씨 어머니는 간암수술을 위해 부산에서 올라와 지난 18일 입원했다. 하지만 20일 시작된 전공의 파업 여파로 19일 수술 취소를 통보받았다.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오는 26일 진료 예정돼 있던 40대 여성 E 씨는 20일 오전 병원으로부터 안내문자를 받았다. 예정된 진료가 의사 부족으로 휴진됐다며 진료 변경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피부암을 앓는 고모의 발가락 절단수술이 취소됐다는 F 씨는 "19일 입원, 20일 수술을 앞두고 16일 밤 부산 모 병원에서 수술을 취소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4개월을 기다렸는데 전문의 파업으로 수술을 취소한다고 하더라,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냐"고 토로했다.
부산 서구 동아대병원에서 만난 G 씨는 퇴원수속을 밟고 병원을 나서고 있었다. 그는 병이 자주 재발해 입원했는데 갑자기 퇴원일자가 잡혔다고 했다.
제주도 유일의 국립대 병원인 제주대학교병원에서는 H 씨가 전날 밤 서귀포 소재 자택 화장실에서 넘어진 뒤 대퇴골 골절 진단을 받고 이날 제주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사가 없어 수술을 할 수 없다"고 전달받았다. 그는 휠체어에 탄 채 다리만 부여잡고 있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기준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 55% 수준인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이 가운데 728명에 대해 새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기존에 이미 명령을 내린 103명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발령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가고 있다. 실제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통해 집계한 피해사례는 수술 취소 25건, 진료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 등 총 34건으로 나타났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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