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가 TSMC 추월 승부처···삼성 'AI칩'으로 반전 노린다
3나노 GAA 기술 첫 도입했지만
수율·매출 등 TSMC 우위 여전
공정경험 앞선 삼성, 2나노 유리
PFN 수주·퀄컴과도 협력 논의
삼성전자는 2022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도입하며 파운드리(칩 위탁 생산) 혁신을 시도했다. 기존 핀펫 구조의 연산장치를 고도화한 GAA 형태로 바꿔 라이벌 TSMC보다 먼저 3㎚ 주도권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고객사 수주 현황·수율·매출 등 모든 면에서 1위 TSMC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현실에 맞닥뜨렸다.
이제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2㎚ 시대가 열렸다. 2㎚ 무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9년 선언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승부처다. TSMC, 미국 인텔 등 세계 굴지의 반도체 회사들이 선점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삼성전자가 우위에 선다면 작금의 우려를 씻어내고 ‘퀀텀 점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 파운드리 공정 분야에서 2022년 첫 출하 당시 중국 고객 수주 이후 눈에 띄는 대형 고객을 고객사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GAA 공정 수율도 60%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측은 3㎚ 수율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파운드리사업부 수장인 최시영 사장은 미국 테일러 공장 대량 양산 시점이 기존 예상보다 1년 연기된 2025년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업황 악화나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지연도 문제겠지만 당장 테일러 공장 라인을 활용할 눈에 띄는 고객사가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반면 삼성의 라이벌이자 파운드리 시장의 독보적 1위 TSMC의 분위기는 다르다. 지난해 4분기 TSMC 3㎚ 공정 매출 비율은 15%다. 3㎚ 매출을 처음 공개한 3분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TSMC는 지난달 개최됐던 2023년도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3㎚ 생산 라인 확장 계획을 밝히면서 고객사들이 이 공정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수요 역시 견조하다고 자신했다. 그렇게 지난해에도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는 45.5%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불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를 맞았다. 엔비디아·AMD 등 전통의 칩 강자는 물론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IT) 회사들이 폭증하는 AI 데이터를 연산하기 위해 자체 고성능 칩 생산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다시금 반등 기회가 찾아왔다. 3㎚보다 미세 회로 구현에 훨씬 유리한 2㎚ 수요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고객사에 협력을 제안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게 된 것이다. 더구나 3㎚부터 GAA를 활용하기 시작한 삼성전자는 2㎚ 양산부터 GAA를 도입하는 TSMC보다 공정 경험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러한 장점을 앞세워 2㎚ 과제 수주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최대 AI 기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 2㎚ AI 가속기 생산 과제를 수주하면서 첫발을 뗐다.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설계 회사 퀄컴, 삼성전자 안에서 고성능 칩을 설계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2㎚ 시제품 생산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물론 2㎚ 생태계에서도 경쟁사와의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1위 TSMC는 아이폰으로 세계 스마트폰 업계를 주도하는 애플과 2㎚ 파운드리에서도 공고한 협력을 이어간다고 알려졌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의 수장 팻 겔싱어 CEO는 지난해 9월 1.8㎚ 공정으로 만든 웨이퍼를 직접 들어 보이면서 2025년에 생산 라인에 이 공정을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이 이들과의 경쟁을 뚫고 2㎚ 파운드리 선점에 성공한다면 고객사와 매출이 동시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증권은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사 수가 2022년 100개 수준이었지만 2028년이 되면 211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 파운드리는 가동률 하락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삼성의 2㎚를 포함한 선단 공정 수주 증가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반전 계기를 마련해 향후 TSMC와 대등한 경쟁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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