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SNS 유해성 우려 높아지자 학교 휴대폰 사용 제한 강화[통신One]

조아현 통신원 2024. 2. 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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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한 스마트폰 분실, 훼손시에도 교사 법적 보호
교육부 장관 "효과 없으면 뭐가 더 필요할지 고려할 것"
길리안 키건 영국 교육부 장관. 23.10.01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안에서 소셜미디어(SNS) 사용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새로운 지침을 내놨다.

이는 지난해 2월 영국 북서부 워링턴에서 틱톡 3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16세 성전환 여성 브리아나 게이가 동급생에게 흉기로 28차례 찔려 숨진 사건 이후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규제 여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19일(현지시간) BBC와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영국 정부는 이번 지침을 통해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교실의 혼란을 줄이고 학생들의 행동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길리안 키건 영국 교육부 장관은 BBC 인터뷰를 통해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 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회적 규범을 다시 설정하고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고 또다른 학교에서는 전면적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등 휴대전화 정책에 대한 현장 적용 범위가 조금씩 다른 상황이다.

휴대전화 사용 규제 지침이 아니라 법안 발의까지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키건 장관은 "(이번 지침이) 효과가 없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침 내용에는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거나 학교 수업을 시작할 때 휴대전화를 반납하도록 하는 세부 규칙을 포함하고 휴대전화 없는 교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여러가지 예시를 제시한다.

또한 학교는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계속 소지하도록 허용할 수는 있지만 대신 학교에 있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수업과 관련 없는 콘텐츠를 듣지 않는다는 엄격한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지침은 학교장이 학교의 현장 상황을 반영하는 범위 안에서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학교는 학생의 복지를 보장할 법적 의무가 있고 교사가 학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낮 시간에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이번 지침에는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압수한 물품을 분실하거나 훼손됐을 경우에도 소송으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정부가 최근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가운데 29%가 대부분 또는 모든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학교 및 대학 지도자 협회(ASCL) 노조는 이번 새로운 지침이 눈에 띄는 효과를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프 바튼 ASCL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미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적이고 규정된 상황에서만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며 "교육부에서 휴대전화 사용 단속을 발표하는 횟수는 셀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규제하려는 허울뿐인 정책"이라고 비꼬았다.

바튼은 BBC 인터뷰를 통해 "교육 지원금이나 필수적 요구사항 등 무너져 가는 학교에 꼭 필요한 것들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현재 일어나는 모든 것은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이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동급생으로부터 살해당한 피해자 게이의 어머니 에스더 게이는 최근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으로 소셜 미디어 앱에 접속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 개정을 촉구했다.

정부의 이번 휴대전화 사용 규제 강화 지침도 에스더 게이의 이 같은 법 개정 촉구 직후에 나온 방침이다.

하지만 키건 장관은 "16세 미만 전용 휴대전화 도입방안에 대해 검토하거나 고려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는 부모에게 안전과 마음의 평화를 제공하고 손끝에서 지식을 얻는 등 많은 좋은 점이 있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유해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더럼에 있는 웨일스 고등학교 수석 교사이자 ASCL노조 차기 사무총장인 페페 디아시오는 학교의 스마트폰 금지 조치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하면서도 "아이들이 부모에게 연락하거나 버스 요금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스마트폰은 필요한 물품"이라고 말했다.

수천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매일 실시하는 Teacher Tapp은 지난 1월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전혀 제한하지 않는 학교는 1%에 불과하다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현재 영국 정부로부터 독립된 교육 정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는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지난 7월 유엔은 스마트폰이 학생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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