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따르더라도 밀어붙여라"… 의료개혁 절박한 국민

환자 피해 건수 34건… 일정 기다리는 환자 발만 '동동'
김택우 위원장 "의대 증원은 '재앙'" 공격적 발언
박민수 차관 "의사의 반인도적인 표현, 믿을 수 없다"

전공의 집단 사직 등에 따른 의료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의사단체를 향한 국민 공분이 일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이어지면서 의료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감이 표출되고 있다. 의료대란에 따른 희생자가 발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성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의사들의 암묵적 살인행위에도 절대 멈춰서는 안 된다. 의사 때문에 죽더라도 좋다, 끝까지 밀어붙여라"

20일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 사직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련 기사에 이 같은 댓글이 달렸다. 일반 시민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댓글은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의료개혁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의대 증원 관련 날선 발언이 오가는 가운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정부의 면허 불이익에 대해 "의사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했고 의대 정원 증원을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충격적이라고 밝히면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표현이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국민의 생명을 협박하는 반인도적인 발언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라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 국내 전체 전공의의 55%를 차지하는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중 실제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1630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서울아산병원) 병원 소속 전공의들은 이날 오전 6시 전원 사직서 제출과 함께 진료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탈한 전공의 중 상당수는 세브란스와 서울성모병원에서 나왔다.

빅5 병원 전공의는 지난해 기준 2745명으로 빅5 병원 전체 의사 비율의 약 40%를 차지한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에 나서면 의료대란이 불가피한 이유다. 우려했던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면서 세브란스에 이어 가톨릭중앙의료원·서울성모병원 등 다수의 상급종합병원이 수술실과 응급실을 축소 운영한다.

이에 따라 곳곳에서 치료와 수술이 연기된 사연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 신고센터에 따르면 전날 오후 6까지 집계된 환자피해 건수는 34건이며 이중 수술 취소 25건,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 등이다.

정부는 전공의 사직에 따라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할 계획이지만 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해 전공의 공석을 버틸 수 있는 기간은 2~3주 정도로 예상된다.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맘카페 등 각 커뮤니티에서는 "백혈병 아이가 쓰러졌는데도 입원 못 하고 집에 갔다" "교수가 수술만 해주고 수술 이후는 모두 간호사가 전담해 불안하다" "제왕절개 수술 날짜들도 바뀌고 있다" 등의 실시간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김선 기자 sun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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