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일 전범기업 돈 받아냈다…피해자 수령 첫 사례

이재호 기자 2024. 2. 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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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범기업 강제동원 피해자가 일본 기업에게서 받아야 할 배상금 명목으로 해당 기업의 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민 변호사는 "강제징용 피해자가 처음으로 일본기업의 돈을 배상금으로 받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공탁금을 받더라도 변제가 되지 않는 약 1억원에 대해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받기 위해 재단의 논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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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히타치조센, 손해배상금 강제집행 막으려 공탁
피해자 유족, 공탁금 6천만원 압류신청해 수령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 등이 지난달 28일 오전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 선고 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배상 및 공식 사과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전범기업 강제동원 피해자가 일본 기업에게서 받아야 할 배상금 명목으로 해당 기업의 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기업 돈이 피해자에게 돌아간 첫 사례다.

강제동원 피해자 이아무개씨 유족의 법률대리인 이민 변호사는 일본 히타치조센이 2019년 서울고법에 맡긴 보증공탁금 6천만원을 수령했다고 20일 오전 밝혔다. 이씨 쪽이 ‘서울고법에 맡겨져 있는 히타치조센의 보증공탁금 6천만원을 압류해달라’며 제출한 압류 및 추심명령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23일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1944년 9월 일본의 국민징용령에 따라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조선소로 강제동원됐던 이씨는 2014년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강제노역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배상(위자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1월 2심 서울고법 재판부가 이씨의 손을 들어주자 히타치조센은 ‘손해배상금을 강제집행하지 말아달라’며 법원에 강제집행 정지를 청구했다. 법원은 히타치조센이 보증공탁금 6천만원을 담보로 제공하는 조건을 달아 강제집행을 정지시켰다.

이씨가 숨진 뒤인 지난해 12월28일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히타치조센이 이씨 유족에게 5천만원과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이씨 쪽은 대법원 확정 판결에 근거해 히타치조센의 국내 자산인 공탁금을 압류하기 위해 절차를 밟았다. 이씨 쪽은 서울중앙지법의 압류·추심명령 인용을 근거로 서울고법으로부터 보증공탁금 담보 취소 결정을 받았고 마침내 공탁금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이민 변호사는 “강제징용 피해자가 처음으로 일본기업의 돈을 배상금으로 받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공탁금을 받더라도 변제가 되지 않는 약 1억원에 대해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받기 위해 재단의 논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광주지법 민사14부(재판장 나경)는 피해자 유가족 1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상속분에 따라 1900만~1억원을 각각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강제동원 일본기업이 한국 법원에 돈을 맡긴 사례는 히타치조센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실제로 배상금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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