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절반 사직서 냈다…정부, 응급의료 진찰료 2배로 올려 대응

박미주 기자 2024. 2. 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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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근무지 이탈' 총 838명에 업무개시명령, 29명에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 징구
환자 피해사례 34건 접수돼…1년 전 예약된 자녀 수술로 보호자 휴직했는데 취소되기도
비상진료체계 가동, 입원환자 전문의에 건강보험 보상 강화 등 실시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전공의 72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 뉴시스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절반가량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총 838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29명에는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징구했다.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이 길어지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으로 의료 공백이 커지면서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함과 동시에 한시적으로 응급의료 전문의 보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시적으로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100% 인상한다.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해 전문의에 건강보험 보상을 강화하고 인턴의 수련 이수 기준도 완화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19일 23시 기준 전체 전공의 1만3000명 중 약 95%가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근무지 이탈의 경우 세브란스병원, 성모병원 등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나머지는 이탈자가 없거나 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19일 밤 10시 기준 현장점검 결과 10개 수련병원 전공의 총 1630명 중 1091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중 757명의 전공의가 출근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728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현장점검을 병원은 △연세대 세브란스 △강남 세브란스 △원주 세브란스 △한양대 △한림대성심 △건보공단 일산병원 △순천향 천안 △상계백 △부천성모병원 △대전성모병원 등이다.

29명은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상태에서 복귀했다가 근무지를 재이탈해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징구했다. 정부는 지난 16일에도 전공의 103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바 있고, 현재까지 총 838명의 전공의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의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의료법에 따라 '면허정지' 등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사법적인 고소·고발이 이뤄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열린 재판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1심 판결만으로도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금고 이상 처벌 시 지난해 11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의사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

지난 16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환자 피해도 속속 접수되고 있다. 정부가 전날부터 운영을 시작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번호 129)에는 지난 19일 오후 6시 기준 34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이 중 수술 취소는 25건, 진료예약 취소는 4건, 진료 거절은 3건, 입원 지연은 2건이었다. 그 중에는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으나 갑작스럽게 입원이 지연된 사례도 있었다. 본인 요청으로 법률 서비스 지원을 위해 법률구조공단으로 연계한 사례도 있다. 정부는 환자 치료 공백이 없도록 지원하고 필요시 소송도 지원할 방침이다.

전공의들에 의료 현장을 지킬 것을 호소한 정부는 비상진료체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보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의 수술 등 응급의료 행위와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인상한다. 경증환자 전원에 따른 회송 수가를 인상해 대형병원 응급실의 진료 부담도 완화한다.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해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도 추가로 보상한다.

권역외상센터 인력·시설·장비를 응급실의 비외상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입원전담전문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 당초 허용된 병동이 아닌다른 병동의 입원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인턴이 필수 진료과에서 수련 중 응급실·중환자실에 투입되더라도 해당 기간을 필수 진료과 수련으로 인정하는 등 수련 이수 기준도 완화한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에 "환자 곁으로 돌아가주기 바란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여러분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정말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의대 정원이 증원되더라도 앞으로 늘어날 의료 수요를 생각하면 여러분이 할 일이 너무나 많다"며 "여러분의 자리로 돌아가 주기를 바란다. 함께 의료현장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차관은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에 대해 협상으로 숫자를 조정하지는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박 차관은 "2000명 증원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를 고려한 결과"라며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연 평균 증가율은 4.4%로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평균 2.6%, 독일 1.0%, 프랑스 2.6%, 일본 2.2%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고, 의료 이용량이 높은 고령층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도 고령화돼 2035년 전체 의사의 30%가 65세 이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이 적정 의대 증원 수준을 350명으로 제시한 데 대해 정부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 2000명을 증원하더라도 교육의 질이 떨어질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박 차관은 "정부에서 실시한 40개 대학의 수요조사 결과 2151명은 총장의 책임하에 학교 전체 사정을 감안해 제출된 것"이라며 "2000명 증원이 되어도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1980년대 주요 의과대학의 정원은 지금보다 많은 수준이었다. 서울대 의대는 당시 정원 260명, 현재 135명이고 부산대는 당시 208명, 현재는 125명"이라며 "반면 교수 수가 훨씬 늘어나는 등 현재의 의대 교육 여건은 크게 개선됐다. 서울대 의과대학의 경우 1985년도에 비해 2023년 기준으로 기초교수는 2.5배, 임상교수는 3배 늘었다"고 부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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