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열풍’에 연고대 계약학과·컴퓨터학과도 ‘추추추합’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미등록률 220% 등
이공계 상위권 학과 3차 추가합격 이상 진행
202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연세대와 고려대의 이공계 상위권 학과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합격자가 전년보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이 보장된 ‘계약학과’ 등 인기 학과마저 의대 열풍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학들은 이들 학과에 대해 여러 차례 추가 합격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20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정시 모집인원이 25명이었지만 추가합격자를 포함해 55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미등록률은 220.0%로, 지난해 정시모집 미등록률(130.0%)의 약 1.7배다.
이같은 결과는 최초합격자 대다수가 서울대나 의대 등 타 대학으로 빠져나가 등록하지 않았고, 추가합격자마저 등록을 포기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은 미등록률이 100%를 넘으면 2차 추가합격, 200%를 넘으면 3차 추가합격자를 통해 충원해야 한다.
미등록률은 연세대와 고려대 이공계열 상위권 학과에서 상승했다.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는 모집인원이 35명이었지만 64명이 등록하지 않아 미등록률이 지난해 120.6%에서 올해 182.9%로 높아졌다. LG디스플레이 계약학과인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도 미등록률이 지난해(81.8%)보다 상승한 85.7%로 나타났다.
고려대의 경우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차세대통신학과의 미등록률이 140%로 지난해(50%)보다 3배가까이 높아졌다. 현대자동차 계약학과인 스마트모빌리티학부는 지난해 50%에서 올해 105%로 2배 수준이 됐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도 지난해 63.3%에서 올해 100%로 상승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기업 계약학과, 컴퓨터과학과 등 연고대의 이공계 상위권 학과 이탈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의대나 서울대 등으로 연쇄적 이동이 일어나 이공계 최상위권의 이탈률이 지난해보다 더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4학년도 정시모집 추가합격 발표 및 등록은 대학별로 오는 21일까지 진행된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각각 3차, 4차 추가합격자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후 추가합격자는 전화로 발표하고 있다. 임 대표는 “전화 추가합격까지 집계할 경우 미등록률이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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