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손절 정치인’?…이준석과 손잡았던 정치인들 줄줄이 결별

김기환 2024. 2. 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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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의 상징으로 불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대표적인 ‘손절 정치인’으로 불릴 판이다. 이 대표와 함께 손 잡았던 정치인들이 줄줄이 이 대표와 결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대표를 맡아 선거운동을 함께 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몇차례 충돌을 빚은 이 대표는 결국 짐을 싸고 나왔다. 역시 당 대표 시절 국민의당과 합당을 이끌어냈지만 안철수 당 대표와는 독설을 주고 받을 정도로 사이가 나빠졌다. 이번에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다.   

◆이낙연, 이준석과 결별…“새미래로 복귀”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가 개혁신당과통합 선언 11일 만인 20일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개혁신당의 총선 지휘권을 놓고 다퉈 온 이준석 공동대표와 끝내 결별을 택한 것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같은 새로운미래 출신 김종민 최고위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신당 통합 좌절로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 며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 덧붙였다.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오른쪽)와 김종민 최고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개혁신당과의 결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낙연 공동대표는 “그들은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부터 배제하려 했다” 며 “낙인과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고 그런 정치를 극복하려던 우리의 꿈이 짓밟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격 대안정당을 만들 것” 이라며 “도덕적 법적 문제에 짓눌리고, 1인 정당으로 추락해 정권견제도, 정권교체도 어려워진 민주당을 대신하는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이낙연 공동대표는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 등록을 공고한 ‘새로운미래’의 대표를 맡아 ‘이낙연계’를 이끌고 총선을 치르게 됐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를 창당했다가 설 연휴 첫날인 지난 9일 이준석 공동대표가 창당한 개혁신당에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과 함께 합당 형태로 합류한 바 있다.

19일 개혁신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한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총선 선거운동 지휘를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맡기는 안건이 상정되자 반대 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떠났다. 뉴스1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20일 이낙연 공동대표의 합당 철회 선언과 관련해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만큼은 앞으로의 호언장담보다는 국민에게 겸허한 성찰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낙연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통합 철회를 선언한 지 한 시간 만이다.

이 대표는 “내가 성찰해야 할 일이 많다”며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과신했던 것은 아닌지, 지나친 자기 확신에 오만했었던 것은 아닌지, 가장 소중한 분들의 마음을 함부로 재단했던 것은 아닌지”라고 했다. 그는 “누군가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면서 “할 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 보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일을 하겠다. 개혁신당은 양질의 정책과 분명한 메시지로 증명하겠다”며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실망한 유권자에게 더 나은 새로운 선택지를 마련해 주기 위해 개혁신당은 앞으로도 낮은 자세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지난 2023년 1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펜앤드마이크 5주년 후원자 대회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이준석 전 대표가 기념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노원병’ 악연, 안철수와 설전 벌인 이준석

“안철수 씨 식사 좀 합시다, 조용히 좀 하세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해 11월6일 한 여의도 식당에서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식사하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소리를 질렀다.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당시 안 의원은 이 대표가 부산 토크콘서트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말한 것이 ‘헤이트스피치(혐오 표현)가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반대로 생각하면 교포 2세에게 미국 정치인이 한국말로 얘기하는 건 ‘너는 우리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적어도 의사에게는 ‘닥터 린턴(Dr. linton·인 위원장 영어 이름)’이라고 했어야 하는데 ‘미스터 린턴(Mr. Linton)’이라고 한 건 대놓고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얘기를 우연히 옆방에서 식사하다가 들은 이 대표가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두 사람은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때 안 의원의 ‘욕설 논란’을 둘러싸고 상호 설전을 벌였고 안 의원은 “내부 총질로 연명하는 이준석은 제명돼야 한다”며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가 유세 도중에 민주당 지지자로 보이는 시민 한 분께서 저를 향해 ‘XX하고 자빠졌네, 개X끼’라며 욕설을 퍼부었고, 저는 과열된 현장에서 우리 당에 비판적인 시민이 던진 욕설로 생각해서, ‘XX하고 자빠졌지요? 하하하’라고 유머로 승화시킨 것이었다”면서 “20~30대 청년을 대변해 새 정치를 하겠다던 이준석이 마치 내가 욕설을 한 것처럼 가짜 편집한 것을 가지고 나를 공격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니 과거 성접대 사건이 우연한 실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당시 안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즉각 공유하면서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길게 쓰고 자빠졌죠”라고 비꼬았다.

안 의원과 이 전 대표는 2016년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어 안 의원이 당선됐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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