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대형병원 전공의들도 집단 사직…의료 공백 가시화(종합)
(대전·천안=연합뉴스) 유의주 박주영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충남 지역 대학병원 전공의들도 20일 집단 사직서 제출 행렬에 동참하면서 의료 공백이 가시화하고 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에 근무하는 레지던트 91명 중 68명(부천 순천향대병원 파견 1명 포함), 인턴 29명 중 27명 등 전공의 95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날 오전부터 진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병원 측은 교수 중심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해 아직 진료 차질은 없는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 외래진료 예약 인원이 평소 수준인 3천명에 가깝고, 수술실과 중환자실, 응급실도 정상 가동 중"이라며 "하지만 전공의 파업 상황이 계속되면 아무래도 진료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천안 단국대병원도 전공의 136명 중 102명이 사직서를 냈다.
단국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외래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입원 환자 수에도 큰 변동은 없다"며 "일부 진료과에서 입원이나 외래진료가 늦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지역에는 천안에 대형 대학병원 2곳이 있으며, 전공의 256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전 지역 종합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규모가 늘고 있다.
대전·충남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에서는 전공의 217명 가운데 81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인턴(55명)의 91.7%가 사직서를 내고 아침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또다른 3차 의료기관인 건양대병원에서는 전날부터 '개별 사직' 형태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공의 122명 중 10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병원 전공의는 총 122명으로 전체 의사(308명)의 39.6%에 달한다.
지난 16일 가장 먼저 인턴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던 대전성모병원에서도 인턴 21명 전원과 레지던트 28명(전체 48명) 등 전공의 49명이 사직서를 낸 뒤 무단 결근했다.
이 가운데 16명은 사직서를 내고도 환자 처치·차트 작성 등 업무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을지대병원에서도 전공의 79%(95명 중 75명)가 사직서를 냈고, 대전선병원·대전보훈병원 등 시내 다른 대형 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잇따르고 있다.
충남대병원에 입원 중인 오재영(59)씨는 "지난 주말 복통 증세로 성모병원에 계속 전화했는데도 연락받지 않아 직접 찾아갔다. 그랬더니 수술할 의사가 없다고 해 결국 아픈 배를 부여잡고 무작정 충남대병원으로 온 것"이라면서 "담석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만약 미세한 부위에 담석이 있었을 경우 장기 손상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응급 상황일 경우 더 위험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의사, 정부 중에 누가 잘못했는지 저는 잘 모르겠으나 최소한 환자는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 의대들도 이날 전국적으로 동맹 휴학을 예고해 혼란이 예상된다.
충남대 의대는 의학과 1∼4학년 학생들이 전날 수업을 거부한 데 이어 이날 오후에 집단 휴학계를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건양대 의대 본과 3학년 학생들도 이날부터 실습 수업을 거부했다.
건양대 관계자는 "26일부터 등록금 납부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 후에나 휴학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의사단체가 집단행동에 들어가면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마련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도 의료 중단으로 환자 진료에 지장을 끼치는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계 집단행동 동향을 수시로 파악하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 경찰 등 유관기관과 핫라인을 구축했다.
충남도도 수술실·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 유지를 위해 응급의료기관 16곳과 응급실 운영 병원 5곳에 24시간 비상 진료체계를 구축했다. 집단 휴진 때는 공공의료기관 평일 진료 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공휴일 비상 진료도 추진할 계획이다.
y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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