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사망 사건 계기로 대만해협 흔드는 중국

이종섭 기자 2024. 2. 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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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해안경비대가 지난 14일 진먼다오 인근에서 뒤집힌 중국 고속정을 에워싸고 있다. 대만 해안경비대·AFP연합뉴스

중국이 최근 어민 사망 사건을 구실로 대만해협의 경계를 흔들고 있다. 대만해협 중간선을 사실상 무력화해온 데 이어 이른바 ‘금지·제한 수역’도 무시하며 대만해협을 ‘내해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보 등 대만 언론은 지난 19일 오후 중국 해경이 진먼다오(金門島) 인근에서 운항 중이던 대만 금샤해운 소속 유람선에 강제 승선해 검문을 실시했다고 20일 보도했다. 당시 중국 해경은 선박 6척을 동원해 유람선에 접근한 뒤 정지 명령을 했으며, 해경 6명이 배에 올라 30여분간 항해계획서와 선원들의 신분증명서 등을 요구하며 검문검색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해경은 연락을 받고 출동한 대만 해경이 현장에 도착한 뒤에야 배에서 내려 돌아갔다.

대만 유람선에 대한 검문검색은 중국 당국이 진먼다오 인근에서 발생한 자국 어민 사망 사건에 대응해 상시 순찰 방침을 밝힌 직후 이뤄졌다. 앞서 지난 14일 진먼다오 인근에서는 대만 해안경비대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던 중국 민간 고속정 1척이 뒤집혀 배에 타고 있던 어민 4명 중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해경은 이에 반발해 자국 어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본토 푸젠성 샤먼과 대만 진먼다오 사이 해역에 대한 상시 순찰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대만 담당 기구인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펑롄(朱鳳蓮) 대변인은 “대만이 대륙 어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무시하는 행동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대만에서는 당시 주 대변인이 “해협 양안(중국과 대만)은 모두 하나의 중국에 속하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분할 불가능한 일부”라며 “양안 어민은 예로부터 샤먼-진먼다오 해역의 어장에서 조업해 왔고 소위 ‘금지·제한 수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인정해 온 대만해협의 경계와 완충지대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이를 대만해협 중간선 무력화 시도의 연장선에서 대만해협을 내해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중국은 2022년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 대만 방문을 기점으로 군용기와 군함을 동원해 양안간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져 온 대만해협 중간선을 상시적으로 넘나들고 있다. 또 최근에는 자국 민간 한공기의 항로를 변경해 중간선 근접 비행을 허가하면서 대만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 산하 국가안전연구소의 선밍스(沈明室) 소장은 중국 측이 대만해협에 금지·제한 수역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중간선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의도에서 대만해협의 내해화를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중앙통신사에 말했다. 위중치(余宗其) 전 대만국방대 정치작전학원장도 “샤먼-진먼 해역의 금지·제한 수역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이 대만해협의 현상을 파괴하는 구체적인 증거”라면서 “중국이 지금 이 시기를 이용해 대만해협을 내해화하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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