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인신매매 실화 다룬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왜 논란 한가운데 섰을까[리뷰]
상영회 연 트럼프, 미국 보수층 관람 열풍이 흥행으로 이어져
중남미의 빈민가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들이 사라진다. 백주대낮에 누군가로부터 강제로 들쳐업힌 아이들은 며칠 뒤 태국 방콕,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성착취의 대상이 된다. 매년 2000만 건 넘는 아동 성착취 영상이 만들어지며 피해자는 수백 만명에 이른다. 미국은 인신매매 최다 발생국이면서 아동 성매매 최대 소비국 중 하나다.
10년 넘게 아동 성범죄자를 체포해 온 미 정부 요원 ‘팀 밸러드’(제임스 카비젤)은 “영혼이 파괴되었다”고 느낀다. 288명의 범죄자를 잡아넣었지만 정작 인신매매 피해아동은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중남미로 날아간다.
21일 개봉하는 <사운드 오브 프리덤>는 밸러드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지난해 여름 미국을 뜨겁게 달군 화제작이기도 하다.
영화는 팀이 거대 인신매매 조직으로부터 피해 아동들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미국에서 시작된 추적은 멕시코를 지나 콜롬비아로 이어진다. 밸러드는 현지 사정에 밝은 조력자 ‘밤피로’(빌 캠프)와 함께 최상류층을 위한 ‘아동 성착취 파라다이스’를 만들어 아동성범죄자들을 일거에 소탕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아동 성착취에 대한 노골적 묘사 없이도 충분히 끔찍하다. 중남미 지역의 실제 납치·인신매매 범죄 영상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고개를 돌리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에 정면으로 마주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의 전통적 가족관과 함께 기독교적 색채가 진하게 배어있다. 밸러드를 움직이는 것은 그의 깊은 신앙심으로 설명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왜 목숨 걸고 아이들을 구하냐는 질문에 답한다. “하나님의 자녀는 사고 팔면 안되니까요.”
국토안보부 요원 출신 팀 밸러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밸러드가 2013년 설립한 아동구조전담기구 ‘아워(O.U.R)’는 현재까지 4000건 이상의 작전에 참여해 약 6500명의 범죄자를 잡았다. 6000명 이상의 여성과 어린이들을 구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수의 생애를 그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제작진과 배우가 다시 뭉친 작품이다. 예수 역의 제임스 카비젤이 밸러드를 연기했고, 연출을 맡았던 배우 겸 감독 멜 깁슨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할리우드 기준 저예산 영화인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지난해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 등 블록버스터를 꺾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영화가 거둔 수익은 제작비 1450만달러(약 193억원)의 170배에 달한다.
흥행의 배경엔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연인 카비젤은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넌에 공공연한 지지를 드러내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큐어넌은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아동을 성착취하고 있다거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고 믿는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상영회를 여는 등 보수계 인사들이 영화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정치적으로 뜨거워졌고, 미국 보수층이 관람하면서 흥행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실화의 주인공인 밸러드가 다수의 여성으로부터 성폭력 혐의로 피소되며 논란은 더 확산했다.
타임지는 지난해 8월 영화의 정치 쟁점화가 흥행을 견인했음을 분명히 했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직접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취하거나 큐어넌을 들먹이지 않지만 우파의 열렬한 지지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2016년 트럼프의 대선 구호) 친화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주류 보수주의자와 극우 음모론자들 모두에게 받아들여졌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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