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소멸 임박” 적신호에도...에너지 낭비에 관대한 한국 [매경포럼]
소멸 현실화되면 끔찍한 재앙
한국, 탄소중립 절박감 없어
거액 청구서 봐야 정신 차릴까
전 세계 해류 대순환의 펌프 역할을 하는 비결은 ‘대형 소용돌이’에 있다. 그린란드 앞바다의 차갑고 염도 높은 바닷물이 심해로 쑥 가라앉는 과정에서 대형 소용돌이가 발생하고 그 틈으로 난류가 흘러들어간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소용돌이 현상이 무뎌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순환의 에너지를 잃어 전 세계 해류 흐름에 일대 고장이 나는 순간 지구촌 곳곳이 치명적인 기후 변화를 겪게 된다.
멕시코 만류가 2025~2095년 사이에 엄청난 소멸 위험을 맞을 것이라는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 교수팀은 북대서양 온도의 변화를 장기간 분석해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멕시코 만류의 대순환은 지난 1만2000년 동안 끊긴 적이 없다. 만약 이 체제가 붕괴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북유럽에선 기온 급락과 함께 폭풍이 늘어나고, 미 동부 해안의 해수면이 상승할 개연성이 커진다.
‘축소되는 세계’의 저자 앨런 말라흐도 “멕시코 만류의 붕괴는 여러 재앙의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연결 고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유럽에선 기온 급락과 함께 폭풍이 늘어나고, 미 동부 해안의 해수면이 상승할 개연성이 커진다.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막으려는 선진국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촉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세 부과의 근거가 될 탄소국경조정제도를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태세다.
온실가스 감축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선진 언론들도 감시를 강화할 것이다. 오죽하면 전용기를 타고 슈퍼볼 경기를 보러 가느라 90t의 탄소를 배출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를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대놓고 비꼬았을까.
한국은 대표적인 탄소 배출국이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중국, 미국, 인도에 비해 적어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평균치의 두배가 넘는다. 전력, 산업, 교통 분야의 탄소중립 전환이 시급한 고위험 국가로 꼽힌다. 더구나 인공지능(AI) 붐이 본격화하면 전력 수요량은 한층 증가할 것이다.
대형 화학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탄소 배출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악당 국가인데 기업이나 개인이나 심각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한국전력 사장을 지냈던 모 인사는 “수년 내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도 이상할 게 없다”면서 “이미 에너지 하인리히 법칙이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 중 하나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환히 켜진 전등, 에어컨을 틀어놓은 채 문을 활짝 열고 영업하는 상점, 나홀로 운행 차량 등 에너지 낭비 요소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수요를 억제하는 노력이 필수적인데 한국은 에너지 소비에 여전히 관대한 나라다. 과다한 탄소 배출 댓가로 엄청난 금액의 청구서를 받아 뒷목 잡고 쓰러질 날이 곧 닥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긴급 상황 땐 재택근무 시스템이 작동했다. 시행해보니 여러 순기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퇴근 차량이 줄어 교통 체증을 덜고 매연이 감소하는 효과를 목격했다.
미 코넬대와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팀은 상시 재택근무가 사무실 근무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54%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비상한 각오로 재택근무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좀처럼 용기를 못내는 기업들이 탄소 저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다각적인 지원책을 점검할 시점이다. 윤석열정부가 원전 생태계를 복구하면서 탈탄소 행보에 힘을 싣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과 국민 모두 비상 모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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