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 유출 HD현대 놓고… 여당서 “봐줘라” “엄벌을” 다른 소리, 왜?

이가영 기자 2024. 2. 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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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조원 규모 KDDX 사업 참여 제한 여부 심의
HD현대의 울산 의원 vs. 경쟁사 한화오션의 거제 의원 성명전
HD현대중공업이 MADEX2023에서 최초로 선보인 차세대 한국형 이지스구축함(KDDX) 관련 영상. /유튜브 'HD현대중공업'

HD현대(옛 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 참여를 놓고 여당 내에서 같은 날 정반대의 두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HD현대는 과거 6년에 걸쳐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하고 회사 내부에서 보관해온 사실이 적발돼 이번 입찰 참가 제한을 받을 상황인데, HD현대중공업의 근거지인 울산 지역 국회의원들은 “기회를 줘야 한다”며, 경쟁사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근거지인 경남 거제시 국회의원은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각각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국민의힘 이채익·권명호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위사업청이 이달 말 예정된 계약심의위원회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여부에 대한 심의를 예정하고 있다”며 “울산 시민들이 큰 우려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작년 11월 특수선 개발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빼낸 혐의 등으로 HD현대 직원 A씨에게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A씨 등 HD현대 직원 9명은 2012~2018년 군사기밀 사항을 부정 취득해 회사 내부에서 보관해오다 적발됐다. 같은 회사의 다른 8명은 재작년 유죄가 확정됐다. 이로 인해 지금도 방사청 입찰 때 1.8점의 감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이 이달 중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HD현대를 ‘부정당업체’로 지목할 경우, 입찰 참가 제한 등 추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미니 이지스함’으로도 불리는 KDDX 사업은 7조8000억원을 들여 미래형 함정 무기 체계를 만드는 사업이다. 해군의 차기 전략자산으로 운용될 첨단 과학기술의 집약체로 꼽힌다.

이·권 의원은 “방위사업청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10년 전 발생한 보안사고”라며 “이로 인해 HD현대는 이미 강력한 처분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에 더해 HD현대중공업이 입찰에서 완전히 배제된다면 문을 닫으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며 “특수선 사업부의 수많은 근로자와 가족들의 삶은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고 했다. 또한 “북한 도발이 이어지고 분쟁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훌륭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입찰에서 배제될 경우 국가 안보를 위해 결코 올바르지 않다”고 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하지만 같은날 같은당 서일준 의원은 정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엄벌하란 내용이었다.

서일준 의원은 “전현직 방위사업청장들은 잇따라 국회에 나와 구체적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 국민들 앞에 공언해 왔다. 지난해 말 군사기밀 절도에 가담한 HD현대 직원 9명 전원의 유죄가 확정되면서 더 이상 단죄를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개 직원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이고 치밀한 범죄 공모 혐의가 드러나면서 경찰의 추가 수사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성명에서 서 의원은 “KDDX 군사기밀 절도사건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9년, 대우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으로의 불공정매각이 기습적으로 발표되면서 2019~2022년 대우조선해양은 수상함 수주를 단 한 척도 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는 거제시의 상권 붕괴와 공동화 현상, 인구 이탈 등 24만 거제시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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