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전날, 요양병원서 옆침대 환자 살해한 이유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해 5월, 한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캡처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해 5월, 한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70대 환자가 같은 병실 옆 침대의 80대 환자를 살해했는데, 유족에 따르면 살해한 이유는 시기·질투 때문이었다.

19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80대 어머니가 같은 병실 환자에게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병사’라는 사망 진단서를 발급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는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드러났다.

A씨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 7일 어버이날 면회를 하루 앞둔 새벽 병원으로부터 “어머니가 심정지가 와서 대학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A씨가 다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어머니는 이미 사망해 사후경직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병원은 ‘병사’로 쓰인 사망 진단서를 건네며 “어머니를 빨리 모시고 나가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A씨는 어머니의 시신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목 뒤부터 등까지 멍 자국이 있었던 것이다. 또 시신을 최초 발견한 간병인은 어머니가 침상이 아닌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A씨는 “뭔가 미심쩍은 게 어머니 목덜미부터 해서 멍이 엄청나게 있더라”며 “장례식장으로 모시면서 국과수에 부검 의뢰를 했다”고 했다.

A씨 가족은 낙상사고를 의심해 부검 의뢰를 했지만,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사망 원인은 ‘경부압박(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추청됐다. 제3자가 병실을 출입한 정황이 없던 관계로 용의자는 병실 내부에 있던 인물로 추정됐지만, 병실 내부에는 CCTV가 없어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수사 끝에 어머니의 옆 침대 환자였던 70대 여성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 여성은 “어버이날을 맞아 제보자의 어머니가 자녀들과 식사할 것이라는 내용을 듣고 비교가 되어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A씨는 “우리는 매일같이 어머니께 전화 드리고 주일마다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고, 각별히 신경 썼는데 이 여성은 자식들이 전화도 없었다고 한다”고 했다.

요양병원 측이 사인을 ‘병사’로 기록한 점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병원은 A씨 어머니의 사망 추정 시간에 회진을 돌지 않았으며, 사망 진단서의 사망 원인을 허위로 발급했다는 것이다.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의사는 민간 병원에서 일할 수 없는 군의관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병원에 대해 허위 증명서 작성 및 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는 송치했지만,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불송치했다. 현재 피의자는 살인 혐의로 불구속 송치돼 병원에 입원 중이다. A씨는 “피의자는 변호사 코치대로 병원에 누워있고, 병원의 업무상 과실치사는 불송치됐다”며 “돌아가신 분만 너무 억울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