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제작 중단 다반사”···코로나 이후 절벽에 내몰린 K-콘텐츠 노동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창 호황일 때는 ‘스태프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지금은 ‘일감이 없다’는 상담이 많이 들어옵니다.”
김영민 한빛미디어센터 센터장은 최근 들어 부쩍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현장 스태프들의 상담이 잦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지속적으로 K-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려달라”라고 당부하는 등 영상·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정작 드라마·영화 제작 현장은 찬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제작 현장에 투입되는 스태프들은 임금체불과 고용난에 상시적으로 시달린다. 코로나19 시기 ‘반짝 호황’이었던 드라마·영화 등 영상 콘텐츠 업계가 코로나 엔데믹 이후 투자 부진 등을 이유로 제작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13년 차 촬영 스태프 A씨(35)는 지난해 10월 촬영이 끝난 작품의 임금을 여태껏 받지 못했다고 했다. 제작사는 ‘당초 예상보다 투자사들의 투자 규모가 줄어 제작비를 모두 소진했다’는 이유로 현장 스태프들에 대한 임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A씨를 비롯한 현장 스태프들은 “방영 이후 발생한 수입으로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말만 듣고 몇 개월을 기다려왔다.
그나마 제작이 완료된 콘텐츠는 사정이 낫다. 촬영 도중 제작이 중단된 사례들도 허다하다. 김 센터장은 “제작비가 모자라 촬영이 한 달 가량 중단됐다가, 결국 제작이 무산돼 대기하던 스태프 전체가 일자리를 잃은 경우도 있다”라고 했다. A씨는 “지금도 일이 없어 쉬고 있다”라면서 “예전에는 여러 작품 중 몇 개를 골라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일이 너무 없어 작품 하나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방송 또는 공개 시점을 기준으로 국내 방송사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드라마는 2022년 135편에서 지난해 125편으로 7.4%가량 감소했다. 국내 OTT ‘웨이브’는 올해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할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영화 현장도 마찬가지다. 이상길 영화산업노조 사무국장은 “산업재해나 부당 노동행위 등을 당한 영화인들이 피해를 신고하는 ‘영화인 신문고’에 지난해 접수된 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2배 가량”이라면서 “대부분은 임금체불 건”이라고 했다.
6년째 촬영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B씨도 지난해 9월 촬영을 마친 작품의 제작사로부터 임금을 아직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B씨는 근근이 영화 촬영 현장을 찾아 일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데 4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B씨는 “일자리가 없어 촬영 현장을 떠나는 동료들도 많아졌다”면서 “최근 고용이 워낙 불안정해 나도 일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시기 호황에 힘입어 ‘대작급’ 드라마·영화가 여러 편 제작된 것이 현재 상황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B씨는 “코로나 때 만든 영화가 최근 뒤늦게 개봉하고 있는데, 미개봉작들이 여전히 밀려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사무국장은 “최근 수백억원 규모의 텐트폴 영화가 연달아 제작되면서 폐해가 오는 것 같다”면서 “제작비가 2배인 영화를 만든다고 고용이 2배 느는 건 아니어서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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