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난 전공의 1백명, 의협 강당에… “슬프지만 사직 선택”

2024. 2. 20. 14: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전협, 긴급 임시대의원총회 개최
당초 예상보다 2배 이상 많은 인원 참여
집단사직 이후 계획 등 논할 예정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말도 안 되는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고 하면 앞으로 의사를 하고 싶지가 않아서, 힘들고 슬프지만 사직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수도권의 한 종합병원 전공의)

정부의 의대 증원 등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 등에 반발해 사직 등으로 의견을 피력해 온 전공의들이 20일 한 자리에 모여 정부에 대한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20일 12시부터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었다. 총회에는 당초 예상보다 2배 이상 많은 인원인 100여 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총회에서는 집단 사직 이후 계획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등에 따른 법적 대응책 등을 논할 예정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전공의들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부로 사직서를 제출한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 전공의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고 하면 앞으로 의사를 하고 싶지가 않아서, 힘들고 슬프지만 사직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며 “의대 증원은 정말 근거 없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과하게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정말 열심히 환자를 보고 있는데 정부에 의견을 내면 협박만 돌아오고, 이런 상황 자체가 너무 섭섭하고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상황이 절망적”이라며 “환자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의 의료정책이 더 많은 환자의 피해를 유발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또 다른 종합병원 전공의 또한 “어제 마지막 회진을 돌고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의대 증원이나 정부의 필수 의료 패키지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비슷한 뜻을 가진 전공의들과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상의하기 위해 왔다”며 “현장을 두고 떠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우리의 입장도 이해해달라”고 했다.

지역의 한 종합병원 전공의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 아니냐.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정책에 대해서 의견을 표하기 위해 참석하게 됐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처음으로 사직계를 제출한 류옥하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파업이 아니라 사직이기 때문에 필수의료체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며 “국민들과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사직 물결을 일으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등 방안에 법적 대응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전날(19일)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사단체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모임’의 도움으로 제휴 변호인단의 법률 서비스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전공의들이 부당한 고발을 당할 때를 대비해 변호인단을 선임했다”며 “선임 비용은 선배·동료 의사들의 후원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지난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사직 예정인 전공의들이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보건복지부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날 오후 11시 기준 이들 병원 소속 전공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의 25%(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세브란스 병원, 성모병원 등에서 상대적으로 근무지 이탈이 많았고, 나머지는 이탈자가 없거나 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정부는 현장점검 결과 출근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전공의 등 총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의대생들 또한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19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7개교에서 1133명이 휴학 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40개 의대가 모두 참여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전날 동맹(집단)휴학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의대협이 밝힌 집단 휴학 기한의 디데이가 20일인 만큼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

go@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