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방심위, ‘바이든-날리면’ 보도 MBC 과징금 부과

강한들 기자 2024. 2. 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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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심의 등을 위한 제3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01.30 권도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2022년 ‘대통령 비속어’ 관련 보도를 한 문화방송(MBC)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날 결정된 제재 수위는 향후 방심위 전체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방심위는 20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올해 제5차 방송소위를 열고 ‘바이든-날리면’ 관련 보도를 한 방송사 9곳에 대한 의견 진술을 진행한 뒤 제재 수위를 결정했다. 이날 심의에는 여권 추천 류희림 방심위원장, 황성욱 상임위원, 이정옥 방심위원 등 3인이 참석했다. 문재완 방심위원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은 “거수기 역할은 의미가 없다”라고 지난달 밝힌 뒤 심의 참여를 중단했다.

방심위는 방송사 4곳에 대해서는 ‘법정 제재’를 의결했다.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과징금 부과 등은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에 반영되는 방송 평가에서 감점 사유가 돼 ‘중징계’로 인식된다.

방심위는 문화방송(MBC)에 대해 법정 제재 중 최고 수위인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고, YTN은 두 번째로 높은 수위인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OBS와 JTBC에 대해서는 ‘주의’를 의결했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 내용을 보도했고, 사과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한국방송(KBS), SBS, TV조선, 채널A, MBN에 대해서는 행정지도(권고,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해당 방송사 중 일부는 사과 방송을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점 등이 고려됐다.

MBC를 비롯한 방송사 9곳은 2022년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고 이동하며 말한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보도했다. 당시 다수 언론사는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가 MBC에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지난달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2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음성 분석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무엇인지는 특정할 수 없지만, 발언 정황과 외교부 진술 등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MBC는 재판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날 회의에서 방심위와 MBC는 정면으로 충돌했다. 황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참모들과 주고받은 말을 공적 발언으로 봐야 하는가. 비속어를 언론이 보도해서 외교적 문제로 비화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지 않느냐”고 했고, 이 위원은 “음성이 정확한지, 문맥상 맞는 말인지, 당사자 의견과 바로 옆에서 들은 사람의 의견은 어떤지 확인했어야 한다.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한 것은 방송심의 규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날 의견 진술에 참석한 박범수 MBC 취재센터장은 “대통령의 모든 발언은 공적 발언이고, 48초간 한미 정상 간 대화 이후에 이동하며 나온 발언”이라며 “발언을 했기 때문에 보도를 한 것이고, 대통령실이 10시간 이상 해명하지 못해 국격이 추락할 때까지 방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방송사들은 방심위의 제재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순표 YTN 보도국 편집에디터는 의견 진술 과정에서 “논쟁적 부분의 발언 내용에 관한 주장이 일치하지 않고, 한쪽이 10시간 이상 해명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보도하지 말라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라며 “반론을 제기하면 반론까지 충실히 보도하는 것이 합리적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것까지 의견 진술을 한다면 어떤 기자가 기사를 제대로 쓸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MBC는 20일 입장을 내고 “(당시)윤 대통령이 한 비속어를 100여개 언론사가 일제히 보도했고, 대통령실은 모든 언론사의 거듭된 사실확인 요청을 회피하며 ‘외교적 부담’을 이유로 보도 자제를 요구하다 느닷없이 ‘날리면’을 꺼내 들었다”라며 “제재가 확정될 경우 MBC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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