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몰린 '용와대' 출신...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해보니
정당별로 순차적으로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공천의 공정성을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공천을 받는지 여부일 것입니다.
뉴스타파가 지역구별로 투표 성향을 분석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의 출마지를 살펴봤더니 이번 22대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약 3명 가운데 2명 꼴로 보수우세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험지로 불리는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대통령실 출신 인사는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 인사의 2/3 정도는 이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현역의원으로 있는 지역구를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 지역과 비교할 때 쏠림 현상이 상대적으로 더 심해진 것입니다.
보수 텃밭 집중 공략한 윤석열 대통령실 참모들
국민의힘 지역구 공천 신청자 명단과 예비후보자 등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 인사는 모두 37명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가운데 수석비서관급은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등 3명, 비서관급은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 등 12명, 행정관급은 22명입니다.
뉴스타파는 이들이 이른바 텃밭에 지원했는지 아니면 험지에 지원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먼저 253개 지역구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을 분석했습니다.
지난 21대 총선을 포함해 직전 4번의 총선(재보궐 선거 포함)에서 당선된 정당이나 당선인의 정치적 성향을 바탕으로 각각 보수완전우세와 보수우세, 경합, 진보완전우세, 진보우세 등 5개 지역으로 분류했습니다.
만약 직전 4번의 총선에서 보수 또는 진보 성향 정당 가운데 어느 한쪽이 4번 모두 당선됐다면 완전우세지역, 3번 당선됐다면 우세지역, 보수와 진보가 각각 2번씩 당선됐다면 경합지역으로 분류합니다.
분류한 결과 이번 22대 지역구 총선에서 보수완전우세지역은 69곳, 보수우세지역은 33곳, 진보완전우세지역은 55곳, 진보우세지역은 61곳, 경합지역은 35곳으로 집계됩니다. 보수가 우세한 지역은 빨간 바탕색으로 표시했는데 주로 대구, 부산과 경상도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투표성향을 표시한 지역구 지도 위에 윤석열 정부 대통령 출신 인사 37명의 공천 신청 지역구를 표시하면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노란색 글씨로 표시된 지역구가 윤석열 대통령 참모 출신들이 나서는 총선 지역구입니다.
윤 정부 대통령실 인사 62%가 텃밭 출마, 험지 출마는 30%
윤석열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출마한 지역구 37곳을 투표 성향에 따라 다시 분류하면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보수완전우세지역에 몰린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 인사가 17명, 보수우세지역에 6명으로 이 두 지역을 합치면 전체의 62%가 됩니다.
진보완전우세지역에는 3명, 진보우세지역에는 8명으로 이 두 지역을 합친 이른바 ‘험지’ 지원자는 약 30%에 그쳤습니다. 경합지역에는 3명이 지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참모 출신들은 험지보다는 당선되기 쉬운 텃밭을 훨씬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계열 후보가 모두 당선됐던 구미시 을 선거구에는 허성우 전 국민제안비서관과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 2명이 동시에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참모 출신 출마자들의 공천 신청지역 37곳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현역의원으로 지키고 있는 지역구가 24곳으로 전체의 65%나 됩니다.
청와대 참모 최다 출마 21대 총선…텃밭 vs 험지 비율은 52대 48
역대 가장 많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출마하면서 논란이 일었던 문재인 정부 때는 어땠을까요?
문재인 정부 4년 차였던 2020년 실시된 21대 총선에서 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수석비서관 4명과 비서관급 19명, 행정관급 23명 등 모두 46명이 지역구 총선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진보완전우세지역에 16명, 진보우세지역에 5명, 보수완전우세지역에 10명, 보수우세지역에 9명, 경합지역에는 6명이 공천을 신청했습니다.
진보가 우세한 지역 출마자가 21명, 보수가 우세한 지역 출마자가 19명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투표 성향 분석 지도에 표시하면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시스템 공천'일까 ‘친윤 공천’ 일까
지난 21대 총선과 이번 22대 총선 지역구 투표 성향에는 다소 변화가 있었습니다.
보수우세:진보우세 비율이 117:97에서 102:116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진보우세지역이 더 많아진 것입니다.
보수가 우세한 지역이 감소했는데도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 출마자들의 지역구 가운데 2/3(62%)가 보수가 우세한 지역에 몰려 있고 65%가 국민의힘 현역의원 지역구에 몰려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험지보다는 텃밭에 편중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출마자들 가운데 텃밭에 출마한 비율은 전체의 42%였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위원이 있는 지역구 출마자도 41%에 그친 것과 비교됩니다.
지난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당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잇따른 출마에 대해 “친문 국회를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의 안전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냐”며 비판했었습니다.
그러나 공천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21대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46명이 도전해 28명이 공천을 받았고 이 가운데 당선된 사람은 18명이었습니다.
지금(2월19일기준)까지 공천이 확정된 '용와대'출신은 4명이고 탈락이 확정된 사람은 2명입니다.
대통령실 ‘왕비서관’으로 불리던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이 보수완전우세지역인 해운대갑 지역에 단수 공천을 받는 등 4명이 단수 공천을 받았고 위안부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비서관 등 2명이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국민의힘이 강조하는 이른바 ‘시스템 공천’이 윤석열 대통령실 참모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지 아니면 현역의원을 몰아낸 자리에 ‘친윤’을 채워 넣는 식의 ‘윤심 공천’이 될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뉴스타파 최기훈 bluemang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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