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늘면 교육 질 하락" "350명 적정"…의사단체들 주장, 사실일까
"1980년대 의대 정원 더 많아…교수진 늘고 기술 발달, 더 효율적 교육"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전국의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과 근무지 이탈로 충돌하고 있다. 의사단체들은 사태가 이 지경까지 악화된 데에는 정부가 의료계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의료현안을 이해당사자인 자신들과 협의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또한 의사들은 한해 2000명이란 숫자가 나오게 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지금의 의과대학 교수진과 기자재 등 의대교육 인프라로는 한해 2000명씩 더 늘어난 의대생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도 든다. 현재 3058명씩 뽑는 의대생을 2000명 늘린 5058명을 매년 뽑게 되면 학생들 수준도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의사의 질도 떨어진다는 논리를 편다.
의사단체들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아니면 가짜뉴스일까.
◇“의대 교수 크게 늘고 기술발달로 효율적 교육 가능”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0일 브리핑을 통해 “정원이 2000명 증원돼도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문제는 없다”면서 “1980년대 주요 의대 정원은 현재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정원은 1980년대 260명이었다. 현재는 135명이다. 부산대는 208명에서 125명으로 줄었다. 경북대는 196명에서 110명으로 감소했다.
박민수 차관은 “정원이 줄어든 반면 교수 수는 1980년대 대비 훨씬 늘어나는 등 현재 의대 교육 여건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면서 “시뮬레이션 술기 실습 등 기술 발달과 함께 더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1985년에 비해 지난해 기준 서울대 의대의 기초교수 수는 2.5배, 임상교수는 3배로 늘었다.
◇2000명 증원 근거 대라?…350명 증원 과학적 근거는
2000명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측은 증원 근거를 제시하라면서 350명 증원이 적절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전국 40개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장들은 전날 의대 입학정원 정책 재조정을 촉구했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대학이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교육 당국에 제출한 것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 “2000명은 단기간에 수용하기에 불가능한 숫자”라고 말했다.
협회는 특히 정부에 의사 수 증원 결정 근거를 제시하고, 근거가 없다면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협회는 지난달 9일 “의학 교육 질 저하를 막고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으려면 2025학년도 증원 규모는 총 350명 수준이 적절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협회 성명 등에 대해 박 차관은 “협회는 350명이 적정 증원 규모라고 하면서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정부에서 실시한 40개 대학의 수요조사 결과 2151명은 총장 책임하에 학교 전체 사정을 감안해 제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부, 3개 연구보고서 근거해 2000명 증원 추진
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 등 3개 기관의 연구 등을 근거로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늘려 10년간 1만명의 의사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측은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 당 의사 인력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보다 낮음을 지적하고 있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측은 의사 인력 수 증가율이 OECD 국가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므로 증원이 불필요하다고 제기하고 있다.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교육‧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2.51명이다. OECD 평균 수준인 3.62명에 비해 낮다.
보고서는 “1000명당 활동 의사 증가율은 하락 추세를 보이며 OECD 국가의 평균 활동 의사 규모 증가율에 근접하고 있다”면서 “OECD 국가 평균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명시했다.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를 진행한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연구를 통해 “2018년 기준으로 의사의 공급과 수요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했을 경우 2021년부터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정원을 1500명까지 증원해도 의사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성한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에 따르면 홍윤철 교수의 연구는 의사 수 공급을 적정한 수준이라고 가정하고 추계했으므로 현재의 의사 공급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보수적 추계 결과다.
보고서는 “2050년까지 의료이용량 증가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의사 수는 약 3만6000명으로 추정된다”면서 “2027년부터 2050년까지 24년 동안 해마다 1500명의 의사를 증원하면 추가로 배출되는 의사 수는 약 3만6000명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2035년 의사 1만명 부족?…과학적 추계 근거해 분석”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측은 복지부가 증원 근거로 밝힌 3개 기관의 보고서에서 2035년 의사 1만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제시했는데 설명이 충분치 않고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 차관은 “세 가지 보고서가 의료 수요와 공급을 갖고 추계를 하고 있다”면서 “보사연은 98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다른 두 보고서는 1만명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추계는 과학적으로 이뤄져 있다”면서 “추계 과정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여성 의사 비율의 증가, 성별에 따른 근로시간의 차이 이런 것까지 가정에 다 집어 넣어서 세밀한 모델을 구축해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또 “보고서를 참고해 결론적으로 1만명이 부족하다고 나왔다”면서 “세 연구가 거의 유사한 수준의 1만명 수준 내외의 부족한 의사 수를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와 의사단체는 이날 오후 11시30분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의대 증원' 등을 주제로 첫 TV 토론을 가질 예정이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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