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 번이라도 투석 거르면 우리 엄마 돌아가실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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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잇따르는 가운데 20일 대전 충남대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도 진료 공백을 우려하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정진규 충남대병원 대외협력실장은 "전공의가 없는 상태에서 1천300병상을 모두 운영하기는 어려운 만큼, 거의 나아가는 폐렴 환자나 충수돌기 염증 등 경증 환자는 가급적 퇴원시켜 중증 환자 중심으로 병상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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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을지대·선병원 등 지역 대형병원들 전공의 대거 사직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한 번이라도 투석을 거르면 우리 엄마는 돌아가실 수도 있는데…"
전국적으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잇따르는 가운데 20일 대전 충남대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도 진료 공백을 우려하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병원 신투석실(인공신장실) 앞에서 기자와 만난 한 40대 보호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렇게 말했다.
여든여덟살 노모를 휠체어에 태워 병원을 찾은 그는 "신장 투석 때문에 일주일에 세 번씩 언니와 번갈아 가며 병원에 엄마를 모시고 오고 있다"며 "병원이 파업한다고 해서 오늘 투석을 못 할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이어 "계속 병원에 전화하면서 왔는데, 오늘 치료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투석실에서 모친의 이름이 불리자 반가운 듯 휠체어를 끌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유방암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김모(66·여)씨는 "주위에서는 병원에서 항암 치료 취소 전화를 많이들 받았다는데, 저는 오늘 정상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도 "앞으로 3주에 한 번씩 병원에서 검진받아야 할 텐데, 파업이 계속되면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느냐"고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까지는 별다른 진료 차질 없이 외래 진료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비에서도 직원들이 외래 환자들에게 "1차 병원에서 먼저 진료의뢰서를 써오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드니 먼저 동네 의원을 다녀오시라"고 안내할 뿐 취소 등 사태는 없었다.
일부 환자들은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병원에 입원 중인 오재영(59)씨는 "지난 주말 복통 증세로 성모병원에 계속 전화했는데도 연락받지 않아 직접 찾아갔다. 그랬더니 수술할 의사가 없다고 해 결국 아픈 배를 부여잡고 무작정 충남대병원으로 온 것"이라면서 "담석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만약 미세한 부위에 담석이 있었을 경우 장기 손상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응급 상황일 경우 더 위험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의사, 정부 중에 누가 잘못했는지 저는 잘 모르겠으나 최소한 환자는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충남대병원은 대전·충남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이다.
이 병원에는 인턴 60명, 레지던트 157명 등 217명의 전공의가 근무하고 있는데 대전시 집계 결과 전날부터 이날 오전 8시 현재 기준 37%(81명)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중 인턴의 경우 90%가 사직서를 내고 아침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측은 중증질환과 암 환자 중심으로 비상 진료체계를 구성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진규 충남대병원 대외협력실장은 "전공의가 없는 상태에서 1천300병상을 모두 운영하기는 어려운 만큼, 거의 나아가는 폐렴 환자나 충수돌기 염증 등 경증 환자는 가급적 퇴원시켜 중증 환자 중심으로 병상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 다른 3차 의료기관인 건양대병원에서도 전공의 122명 가운데 100명이 사직서를 냈고, 지난 16일 가장 먼저 인턴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던 대전성모병원에서도 인턴 21명 전원과 레지던트 28명 등 전공의 49명이 사직서를 낸 뒤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 대전을지대병원, 선병원 등 대전지역 다른 종합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잇따르면서 의료 대란이 가시화하고 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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