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절반 넘게 환자에 등 돌렸다…병원 혼란에 환자 '부글부글'

유영규 기자 2024. 2. 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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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병원을 떠났습니다.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빠져나오며 의료 현장은 혼란에 빠졌고 환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라"고 복귀를 촉구하는 한편, "파업으로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주는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며 의대 증원 추진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오늘(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주요 수련병원 100곳 수련병원 전공의의 55% 수준인 6천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우려했던 대로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의료 현장을 떠난 것입니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천630명만 근무지를 벗어났으며 사직서를 낸 뒤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만 전공의들이 애초 밝혔던 근무 중단 시점이 20일인 만큼 오늘 진료를 하지 않는 전공의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복지부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게 환자 곁을 떠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법대로'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현장 조사를 진행한 10곳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758명에게 이미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내렸습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오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정부의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다"라면서 "여러분이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료 파업 때마다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곤란을 겪었다"며 "정부는 또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이런 역사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복지부는 진료공백을 막기 위해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와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인상하고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해 전공의 대신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추가로 보상하기로 했습니다.

또 권역외상센터 인력·시설·장비를 응급실의 비외상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 당초 허용된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의 입원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합니다.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이 가속화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전국의 대형병원 곳곳에서 환자들의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전공의가 근무를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곳곳에서 수술과 입원이 연기되고, 퇴원은 앞당겨지는 등 환자 불편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현재 의료원 전공의 사직 관련으로 진료 지연 및 많은 혼선이 예상된다. 특수 처치 및 검사가 불가한 경우 진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안내문을 진료실 주변에 붙였습니다.

이 병원은 전공의의 집단사직에 앞서 수술 일정을 조절했고, 과별 상황에 맞춰 조정하고 있습니다.

안과의 경우 사실상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외래 진료를 대폭 줄였습니다.

이미 환자들에게도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 진료를 재예약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오늘 응급·중증 수술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당장 21일부터는 수술 일정을 '절반'으로 줄일 예정입니다.


병원들은 일단은 전공의들의 빈자리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대응할 예정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복지부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통해 환자 불편 사례를 접수한 결과 전날 오후 6시까지 34건이 접수됐습니다.

수술 취소는 25건, 진료 예약 취소는 4건, 진료 거절은 3건, 입원 지연은 2건 등입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신고 사례 중에는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으나 입원이 지연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환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오는 26일 수술 예정이었다는 한 갑상선암 환자는 수술이 취소됐다는 소식에 "암 수술 전부터 취소라니, 암 환자는 암을 키우라는 거냐"고 토로했습니다.

지방에 거주하는 한 보호자는 어머니가 최근 폐암 진단을 받아 서울시내 '빅5' 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잡기 위한 검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당장 검사도 못 받게 생겼다면서 무기한 연기되는 게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오늘 성명을 내고 "이미 병원 현장이 아수라장"이라며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곳에서 일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6개월간 수술을 기다린 환자들의 수술 예약이 취소된 사례도 나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의대생들이 의대증원에 반대하며 한꺼번에 휴학계를 내는 일도 현실화했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7개교에서 1천129명이 집단으로 휴학 신청을 했습니다.

전국 40개 의대가 모두 참여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15일과 16일 잇따라 회의를 열고 오늘 동맹(집단) 휴학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의대협이 밝힌 집단 휴학의 D-데이가 오늘인 만큼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의 의대생 수는 2만 명가량입니다.

의대생들의 휴학이 대규모로 이뤄진다면 장차 의사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학생들에게도 집단행동을 멈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의과대학 교무처장들과 온라인 회의를 열고 학생들의 휴학 신청이 들어올 경우, 요건과 처리 절차를 정당하게 지켜 동맹휴학이 승인되지 않도록 학사 관리를 엄정히 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으며 오늘도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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