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전자가 430억 투자한 반도체 장비사 ‘에프에스티’… EUV 생태계서 장비·부품 국산화 박차

화성=전병수 기자 2024. 2. 2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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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에스티, 2010년부터 EUV 관련 장비 개발
EUV 펠리클 탈부착 장비, 검사 장비 등 납품
”EUV 펠리클 수요 증가 예상… 관련 장비 공급도 확대될 것”
16일 경기 화성 동탄산업단지에 위치한 에프에스티 본사 데모룸에서 방진복을 차려입은 엔지니어가 EUV 펠리클 탈부착장비(EMPD)의 성능 향상을 위한 공정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전병수 기자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은 반도체 포토공정에서 EUV 파장의 광원을 사용해 마스크 패턴을 웨이퍼에 그리는 공정이다. EUV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TSMC, 인텔 등이 차세대 EUV 장비이자 2나노 미만 공정 핵심 설비로 꼽히는 하이NA 장비를 공급받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뿐만 아니라 D램 선단 공정에도 EUV 공정이 도입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10나노 초반대 D램 공정 전환에 EUV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V 생태계에서 에프에스티는 EUV 노광 공정에 활용되는 장비와 부품 등의 국산화를 이끌고 있는 토종 반도체 장비업체다. 지난 2021년 삼성전자가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해 에프에스티에 430억원을 투자했으며,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에프에스티의 지분은 7%(152만2975주)다. 에프에스티는 현재 ▲EUV 펠리클 탈부착장비’ EPMD’ ▲EUV 펠리클 검사기 ‘EPIS’ ▲EUV 포토마스크 포드 검사기 ‘EPODIS’ ▲EUV 광원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EUV 펠리클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정철우 에프에스티 APSA 사업부 상무는 “펠리클(EUV 공정에서 포토마스크를 이물질로부터 보호하는 덮개 역할을 하는 부품) 검사장비와 펠리클 탈부착 장비 등은 현재 고객사에 납품이 된 상태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 찾은 경기 화성 동탄산업단지 내 에프에스티 사업장은 총 4층으로 구성됐으며, 칠러 사업을 주관하는 TCU 사업부와 EUV 공정에 투입되는 장비들을 개발하는 APS 사업부 등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업장 정문을 지나 1층에 위치한 에프에스티 데모룸에 도착하자 방진복을 차려입고 에어샤워를 마친 엔지니어들이 EUV 펠리클 탈부착장비(EMPD)의 성능 향상을 위한 공정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데모룸에선 EMPD 외에도 심자외선(DUV) 검사장비와 펠리클의 이물질을 검사하는 EUV 펠리클 인스펙션 장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철우 에프에스티 ASP 사업부 부사업부장(상무)이 경기 화성 동탄산업단지에 위치한 에프에스티 본사 데모룸을 소개하고 있다./전병수 기자

◇ EUV 생태계 초창기부터 장비 개발… 펠리클 기반 라인업 보유

에프에스티는 2010년대 초반, ASML의 EUV 생태계가 자리잡기 시작할 무렵부터 EUV 관련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고객사가 요청한 EUV 광원 장비를 시작으로, EUV 공정이 상용화되는 시점에서 이에 투입되는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정 상무는 “EUV와 관련한 공정 생태계가 개화하면서 주력 고객사와 이에 투입되는 장비 개발을 협력하기 시작했다”며 “공정 자체도 고도화되며 장비 수요도 다각화돼 지금과 같은 장비 라인업을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UV 관련 장비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정 상무는 ‘펠리클’ 개발 경쟁력을 꼽았다. 그는 “오랫동안 펠리클을 자체 개발해 왔기 때문에 펠리클과 연계된 장비도 개발할 수 있었다”며 “펠리클 샘플 보유 여부 자체가 관련 장비들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에프에스티는 현재 국내 펠리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에프에스티의 지난해 1~3분기 매출(1565억원)에서 펠리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633억원) 수준이다. 칠러 등 반도체 공정 장비의 매출액은 761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약 48%를 차지하고 있다.

◇ EUV 장비 국산화 넘어, ‘하이NA 시대’까지 준비

에프에스티는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장비 라인업에 그치지 않고 EUV 마스크 패턴 상의 파티클을 검사할 수 있는 매크로 검사 장비도 개발하고 있다. 정 상무는 “EUV 노광 공정으로 미세해진 패턴에서 검출돼야 하는 파티클의 크기도 작아지는데, 펠리클까지 적용하게 되면 검사장비의 조명 투과도가 떨어져 파티클을 확인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면서 “마스크 표면에 떨어진 파티클을 검출할 수 있는 매크로 검사기의 개발을 진행 중이며 현재는 데모 장비를 제작 중”이라고 했다.

에프에스티는 ‘하이 뉴메리컬어퍼처(하이NA)’로 공정이 전환되면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ASML이 내놓은 차세대 EUV 장비이자 2나노 미만 공정 핵심 설비로 손꼽히는 하이NA 장비를 공급받기 위한 파운드리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하이NA 장비 상용화와 함께 노광 공정에도 변화가 따를 것으로 분석된다. 정 상무는 “새로운 검사 솔루션과 탈부착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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