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액 역사!' 류현진 12년 만에 한화 전격 컴백…5강? 우승 판도 뒤흔든다

김민경 기자 2024. 2. 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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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99번 류현진의 유니폼을 올해부터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 곽혜미 기자
▲ 류현진이 KBO리그로 돌아온다. 12년 만이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올겨울 모두가 행선지를 궁금해했던 초대형 FA가 한국에 온다. 괴물 좌완 류현진(37)이 12년 만에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

20일 야구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와 류현진이 계약에 최종 합의했다. 한화는 이날 KBO를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신분 조회를 요청했고, 계약 발표까지는 아직 절차가 남은 상태다. 계약 규모는 최소 4년에 170억원 이상을 보장하는 역대 최고 대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후, 늦어도 21일 안에 계약이 발표되면 류현진은 22일부터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서 한화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잔류와 한국 복귀를 두고 고심 또 고심한 끝에 한국행을 선택했다. 한화가 올겨울 류현진 영입에 공을 들인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한화가 정상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중심을 잡아 줄 베테랑 국내 선발투수가 꼭 필요했다. 한화는 이번 FA 시장에서 외부 FA 내야수 안치홍과 4+2년 72억원, 내부 FA 투수 장민재와 2+1년 8억원에 계약하고는 지갑을 닫았다. 2차 드래프트에서 투수 이상규와 배민서, 외야수 김강민 등을 저렴하게 영입해 전력을 보강하는 쪽을 선택했다. 보강이 필요했던 안방도 방출 선수 신분이었던 베테랑 이재원을 연봉 5000만원에 데려왔다. 샐러리캡을 관리하면서 류현진에게 쓸 실탄을 충분히 아꼈다.

미국 언론은 최근에도 류현진을 FA 랭킹 상위에 올려뒀다. 지난 10년 동안 류현진이 빅리그에서 쌓은 커리어가 그만큼 대단했다는 뜻이다. 류현진은 2013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해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메이저리거로 생활하면서 186경기, 78승48패, 1055⅓이닝, 평균자책점 3.27로 활약했다. 202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약 1068억원) FA 대박을 터트리기 직전인 2019년 시즌이 전성기였다. 류현진은 그해 29경기, 14승5패, 182⅔이닝,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하며 올스타 시즌을 보냈고,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2022년 6월 커리어 2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류현진은 긴 재활을 견디고 지난해 8월 돌아와 재기에 성공했다. 11경기 3승3패, 52이닝,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면서 다시 FA 시장에 나올 명분을 스스로 만들었다.

미국 언론은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잔류하면 연봉 1000만 달러(약 133억원) 수준의 단기 계약은 가능할 것으로 바라봤다. 한화는 최소 이 금액 이상은 보장할 준비가 돼야 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잔류를 포기하고 한국을 선택할 명분이 될 만한 금액을 안겨야 돌아오는 에이스의 어깨에 힘이 실리는 건 당연했다. SSG 랜더스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2022년 3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국내 복귀를 선택했을 때 계약 규모가 4년 151억원이었다. 당시 기준 KBO 역대 최고 대우였다. 현재 최고액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가 기록한 152억원(4+2년)이다. 한화는 이 금액 이상도 안길 각오로 움직여야 했다.

한화가 이토록 류현진 영입에 진심이었던 이유는 지난해 국내 선발진 성적이 설명해 준다. 지난해 문동주라는 신인왕을 배출한 건 분명 큰 성과였다. 문동주는 2006년 류현진 이후 한화가 17년 만에 배출한 신인왕이었다. 문동주는 118⅔이닝을 던지면서 8승,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문제는 문동주 이외의 국내 선발투수들이다. 문동주 외에는 60이닝을 넘긴 선발투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태양과 장민재, 김민우 등이 50이닝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과거 국내 에이스였던 김민우가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았다면 사정이 조금 나았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화 선발진은 지난해 냉정히 낙제점을 받았다.

손혁 한화 단장은 "김민우는 부상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고, 문동주도 아직은 어린 선수다. 물론 문동주가 내년에 더 잘 던질 것이란 기대감은 있다. 하지만 투수는 늘 대비를 해두면 좋은 것이다. 황준서, 장민재, 남지민, 김기중 이런 선수들도 선발 경쟁을 한다"며 선발 보강에 욕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추가 영입 계획을 이야기할 때는 한번씩 농담을 섞어 류현진을 언급하곤 했다. 농담을 섞은 진심이었다.

▲ 류현진이 12년 만에 한화 이글스로 돌아온다. ⓒ 곽혜미 기자
▲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에이스로 돌아와 선발진을 강화하고, 단숨에 우승 전력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손혁 단장은 류현진이 합류했을 때 젊은 선발투수들과 시너지효과를 기대했다. 한화는 문동주를 비롯해 김기중, 남지민, 한승주, 황준서 등 잠재력이 뛰어난 영건을 대거 모았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다만 이 선수들은 프로 무대에서 성장할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을 벌어 주는 우산이 될 베테랑이 필요했다. 손 단장은 그 임무를 할 수 있는 적임자가 류현진이라고 바라봤다.

KBO 규정상 류현진이 국내로 돌아오려면 한화에서 뛰어야 했다. 류현진은 2013년 FA가 아닌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한화에 보류권이 있다. 한화는 류현진이 선수 생활의 마무리는 대전에서 하길 원했고, 류현진 역시 자신의 마지막 유니폼은 한화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약속이 류현진과 한화의 예상보다는 조금 빨리 지켜진 게 사실이다.

류현진은 마음만 먹으면 메이저리그에 잔류할 수도 있었다. '악마의 에이전트'로 유명한 류현진 담당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지난해 윈터미팅을 앞두고 "매우 많은 빅리그 구단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류현진은 내년에 한국이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투구할 것"이라고 장담하듯이 말했다. 진정한 관심을 보인 구단이 없었다면 보라스가 이런 확신에 가득 찬 말을 했을 리가 없다.

최근에 류현진과 가장 강하게 연결돼 있던 구단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였다. 계약 논의도 있었다. 다만 의견 차이가 있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17일(한국시간) '좌완 선발투수가 부족한 샌디에이고는 베테랑 류현진과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2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은 뒤인데도 보라스의 고객은 헐값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샌디에이고가 1000만 달러보다 낮은 수준의 계약을 류현진에게 제시하려 한다는 이야기는 이보다 조금 더 전에 흘러나왔다. 샌디에이고 지역 라디오 '97.3더팬'은 '류현진은 아마 100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에게 1000만 달러 이상을 쓸 것 같지는 않다. 샌디에이고에 더 많은 투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샌디에이고가 현재 쓸 수 있는 1800만 달러 가운데 1000만 달러를 류현진에게 쓸 것 같진 않다'며 '류현진은 아마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사견까지 덧붙였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미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지난해 부상에서 돌아왔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존경심이 들었을 정도"라고 엄지를 들었지만, 정작 류현진에게 제시한 금액은 그렇지 않았다. 류현진의 자존심을 지키기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이 지금까지 시장에 남아 있었던 건 어쨌든 메이저리그 구단의 수요가 계속 있었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외에도 최근 선발투수 2명이 부상으로 이탈한 볼티모어 오리올스도 강력한 류현진의 행선지로 꼽혔다. 보라스도 "류현진은 내년에 한국에서 뛰지 않을 것"이란 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류현진에게 더 시간을 요구했을 것이다. 다만 류현진과 보라스가 납득할 만한 오퍼가 없었다. 1000만 달러를 밑도는 단기 계약 제안이 대부분이라 류현진의 마음은 계속 한국 복귀로 기울었던 것으로 보인다.

▲ 2013년 처음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을 당시 류현진.
▲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류현진을 응원하는 한국 팬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결국 류현진은 조금 이른 시점이지만, 한국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쪽을 선택했다. 류현진은 동산고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에 입단했을 때부터 한국프로야구에 돌풍을 일으켰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6년 30경기, 18승6패, 201⅔이닝, 204탈삼진,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인왕이 MVP까지 차지하는 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였고, 지금도 류현진이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이 기록은 깨지기 매우 어려울 전망이다.

류현진은 2012년까지 한화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190경기, 98승52패, 1세이브, 1269이닝,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했다. 이닝당 삼진 하나씩을 잡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물론 지금은 12년 전처럼 좋은 구위를 자랑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실제로 복귀 시즌이었던 지난해 류현진의 직구 구속은 87마일(약 140㎞)에서 89마일(약 143㎞)로 형성됐다. 국내 좌완 투수들을 기준으로 삼아도 구속이 느린 편에 속한다.

그러나 류현진은 느린 공으로도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척척 잡아내는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체인지업과 커터에 느린 커브를 더해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스트라이크존을 갖고 노는 제구력은 워낙 타고난 재능이라 어디 가지 않았다. KBO리그에서는 류현진의 제구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생존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의 합류로 한화는 단숨에 5강 후보를 뛰어넘어 우승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KBO리그 전체 판을 뒤흔들 거물의 귀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를 제외한 구단들은 19일부터 류현진의 국내 복귀 소식이 구체화되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나이 37살이라 해도 KBO리그를 평정했던 류현진이 돌아오는 건 다른 구단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페넌트 레이스는 투수의 힘으로 좌우된다고도 한다. 류현진에 문동주, 그리고 김서현, 황준서, 김기중, 남지민 등 최상위권 유망주들이 올해 다 두각을 나타낸다면 한화는 분명 무시하기 힘든 팀이 된다. 노시환, 채은성, 안치홍, 요나단 페라자 등이 버티는 타선도 묵직할 전망. 한화는 류현진 덕분에 3위를 차지했던 2018년 이후 6년 만에 가을 야구를 노래하게 됐다.

▲ 류현진이 금의환향한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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