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수술 못 받을 뻔" 전공의 떠난 의료 현장 '불안' 확산

의대 정원 확대에 전공의 반발 파업…부산 전공의들도 동참
응급수술 들어갈 전공의 없어 교수 단독 수술…시간 지연 불가피
외래 진료는 큰 혼란 없어…환자들 "앞으로 진료가 걱정"
부산지역 전공의 수백 명 전날 사직서 제출…상당수 출근 안 해
부산시, 비상진료대책상황실 운영…공공의료기관 등에 비상대책 요청

20일 부산을 비롯한 전국 전공의가 파업했다. 사진은 의료 서비스 차질이 우려되는 부산대학교 병원 응급실. 정혜린 기자

부산지역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전국적 파업에 동참하고 나선 가운데,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응급진료를 중심으로 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근무 중단을 선언한 20일 오전 부산대병원 응급실 앞.

대기실에 자리한 보호자들은 저마다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거나 응급실 문 쪽을 바라보며 걱정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진료가 이뤄지는 만큼 보호자들은 전공의 부재의 영향이 없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모(30대·남)씨는 "아버지께서 응급실 도착했을 땐 6시 이전이라 전공의 선생님이 있었는데 파업 때문에 교수님께 위탁을 할 거고, 진료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직접 설명을 해줬다"며 "응급 상황이라 교수님이 바로 수술을 잡아주셔서 다행히 수술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업으로 전공의가 자리를 비우면서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교수로 변경됐고, 이 과정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등 시간이 다소 지연됐다는 것이다.

김 씨는 "또 수술에도 같이 들어갈 전공의들이 없어 교수님이 단독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수술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안내 받아 걱정이 크다"며 "이렇게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누적되다보면 분명 응급환자에 피해가 있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20일 부산지역을 포함한 전국 전공의가 파업한 가운데 부산대학교 병원이 환자로 붐비는 모습. 정혜린 기자

 
이날 부산대병원 외래진료센터에서는 예약된 진료와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 인만큼 큰 혼란이나 차질은 없는 모습이었다. 다만 일부 환자들은 파업으로 인해 당일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당장은 영향이 없지만 앞으로의 진료 차질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서모(56·여)씨는 "미리 예약한 검사라 오늘 당장은 크게 영향이 체감되진 않는다"면서도 "지인이 수술을 해야 하는데 파업 때문에 날짜를 못 잡아서 못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계속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또 갑자기 아플 수도 있어서 앞으로가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김소희(80·여)씨는 "지병 때문에 한 달에 몇 번씩 부산대병원에서 꾸준히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파업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됐다"며 "몸이 아픈 사람들은 병원에 의사를 찾아올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많은 의사들이 갑자기 자리를 비우면 환자들은 어떡하냐"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각 해운대백병원에서도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앞으로 진료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연출됐다.

20일 부산을 비롯한 전국 전공의가 파업했다. 사진은 파업 첫날 부산해운대백병원. 김혜민 기자

 
김정애(78·여)씨는 "남편이 심장 질환으로 정기 피검사를 진행하고 약을 받아 가는데, 오늘은 의사가 없다고 해 진료는 못 보고 약만 받았다며 "지인은 다음 달 서울에서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진료 중단 뉴스가 나와 너무 불안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파업을 예고했으며, 실제로 전날 오후 11시 기준 전국 전공의 1만 3천여 명의 55%에 해당하는 6415명이 사직서를 냈다. 이 가운데 1630명은 실제로 병원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역 주요 대학에서도 전공의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낸 뒤 이날 오전 6시를 기점으로 근무를 중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대병원에선 전공의 244명 가운데 210여 명이, 고신대병원에선 전체 인원의 대부분인 7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로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부산시는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의료계 동향을 파악하는 동시에 공공의료기관 4곳과 수련병원 18곳에 비상진료대책을 요청했다. 또 시민의 의료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 여는 의료기관 정보를 시와 구·군 누리집 등에 안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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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정혜린 기자 rinpor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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