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결’ 박민영 향한 송하윤의 원망 “넌 아낌없이 줬어야지!”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4. 2. 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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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버림받는 기분이란 건 참 더럽다. 날 사랑해줘야 마땅한 사람에게 버림 받았을 땐 특히 더하다. 함부로 버려진 걸 인정한다는 건 스스로 그럴만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 같아 참을 수 없다.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정수민(송하윤 분)이 버려지고 버려진 끝에 마침내 남편 박민환(이이경 분)을 살해하고 말았다.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이 날 버리도록 놔두지는 않겠다 다짐했던 정수민은 그렇게 끝내 세상의 버림을 받았다. 돈 한 푼 없이 남편 살해범으로 수배받는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은 이 모든 비극의 시작 강지원(박민영 분)에 대한 응징뿐.

강지원과는 처음부터 악연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입버릇처럼 사랑한다던 아빠에게 버림 받았을 때 비참했다. 다행히 비슷하게 엄마에게 버림 받은 지원을 알게 됐다. 나만의 비참함만은 아니라는 동병상련. 그렇게 지원은 수민의 반쪽이 됐다.

그랬는데.. 왜 쟤는 해맑지? 왜 쟤는 비참하지 않지? 아하! 쟤는 사랑받고 있구나! 집 나간 엄마의 사랑까지 더해 아빠의 사랑을 받고 있구나!

그렇게 반쪽인 듯 반쪽 아닌 반쪽 같은 지원은 수민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수민을 사랑한다던 아빠를 뺏어간 존재조차 지원의 엄마였다. 그러니 이를 어째. 나도 네 것들을 빼앗아야 마땅하지 않겠어?

학창시절 물색 모르는 지원을 고립시키는 것은 일도 아녔다. 그럴수록 지원은 수민에게 의지해왔다. 백은호(이기광 분)를 짝사랑한다고? 응, 안돼. 친구들은 날 좋아하는 은호를 지원이 니가 찝적댄 걸로 알거야. 대학에서 남친을 사귀었다구? 어쩌나. 걔는 조만간 날 좋아할 예정인데. 그래서 아빠 돌아가셨을 때도 안왔구나. 그럼 당연히 찢어져야지. 대기업 U&K 입사 축하해. 거기에 직원추천 전형 있다며? 네 반쪽 추천해 줄 거지? 인턴으로 들어왔더니 그새 또 남친 사귀었네. 박민환? 괜찮아보이는데.. 뭐 아직 인턴이니까. 정규직 된 다음에 생각해 보자. 참 밀키트 아이디어 괜찮더라. 내가 해 볼게. 나 정규직 돼야 하잖아.

그렇게 지원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잘 커 왔는데 어느 순간 앙탈이 시작됐다. 지원아 왜 그래? 너 그런 애 아녔잖아. 너 자꾸 그러면 니 남친 진짜 내가 확 뺏어버린다!

그래서 박민환을 뺏었다. 하지만 결혼식날 찾아온 지원의 덕담은 해석이 힘들었다. “축하해. 그리고 고마워. 내가 버린 쓰레기 알뜰살뜰 챙겨줘서.”

뜻풀이 하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다. 박민환은 말 그대로 쓰레기였으니. 감히 내게 박민환같은 쓰레기를 던져주고 저는 U&K 후계자 유지혁(나인우 분)과 사귄다고? 가만 안둬! 하던 차에 쓰레기 박민환이 비슷한 쓰레기 오유라(보아 분)의 사주를 받아 강지원을 지우자고 제안해 온다. 그래 강지원 이건 니가 자초한 거야.

험한 일을 손수 할 필요는 없겠지. 날 위해서라면 뭐든 해줄거래 놓고 날 버린 아빠 정만식(문정대 분)과 지원이 널 낳고 버린 엄마란 여자 배희숙(이정은 분)이라면 네 세상 마지막 길 잘 배웅해 줄 거야.

근데 유지혁 너 왜 방해하는 건데? 강지원이 뭐라고 제 목숨 귀한 줄 모르고 대신 나서는 건데? 그리고 실패해놓고 사라진 이 아빠란 인간은 어떻게 또 날 버릴 수 있지? 다 망쳐버렸는데 박민환은 또 뭐라고? 이혼? 너 같은 쓰레기조차 날 버리겠다고? 아니 이혼은 내가 할 거야. 그 전에 챙길 건 좀 챙겨놓고.

수민은 오유라를 찾아 그녀가 살해 지시한 녹취록을 들이대며 대가를 요구한다. 그러던 중 유지혁의 연락을 받고 나간 자리, 유지혁은 박민환과 강지원을 간통죄로 엮자고 제안하고 수민은 그렇게라도 지원을 망가뜨릴 결심을 한다.

그렇게 찾아간 호텔방. 년놈은 자신의 사망보험금 얘기를 하고 있었다. 분노에 차 뛰어든 수민의 눈에 들어온 침대 위 남녀는 박민환과 강지원이 아닌 전혀 뜻밖의 오유라.

모처로 끌려온 자리에서 박민환은 말한다. “너 아니면 내가 죽어야 하는데, 너부터 해결하고 새 출발해야 할 거 아냐!” 정성스런 개소리. 유지혁을 만났을 때 수민은 물었었다. “왜 날 싫어해요?” 유지혁이 답했었다. “자기밖에 모르니까.. 옆에 있는 사람 갉아먹는 종자들이 있어. 아무도 안 믿죠? 그건 본인이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 그래.” 말종 박민환은 정확히 수민을 닮아 있었다.

박민환이 가스중독을 연출하러 간 사이 포승을 푼 수민은 돌아온 박민환과 칼부림과 몸싸움을 벌이고 그 와중에 유리 탁자로 쓰러진 박민환은 죽고 말았다.

통장은 박민환의 절도로 텅 비어있고 제 신세는 살인자. 어디부터 잘못된 거지? 그래. 강지원 너 때문이잖아. 넌 내게 아낌없이 주는 반쪽여야 했잖아. 네가 그 역할을 거부하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됐잖아.

강지원의 집을 올려다보며 수민은 다짐했다. “날 두고 너만 행복할 수 없어, 지원아. 절대로!”

최종회만을 남겨둔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흥행 성공에는 기가 막힐 지경으로 이기적인 캐릭터 정수민의 존재가 주효했다. 그 만화에서나 볼 법할 캐릭터를 개연성 있게 살린 송하윤의 연기도 일품이었고.

남은 볼거리는 정수민의 몰락 뿐이지만 그 만으로도 최종회를 기대하게 만든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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