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금 부정수급… 노무법인·병원 ‘카르텔’ 의혹

정철순 기자 2024. 2. 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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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성 난청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 신청을 의뢰한 재해자 A 씨는 한 노무법인을 찾았다가 집에서 먼 거리의 병원을 소개받았다.

노무법인 측은 특정 병원을 소개한 이유를 묻는 A 씨에게 "우리와 거래하는 병원"이라고 답했고, 그에게 교통·진단비 등을 제공했다.

산재보험 처리가 용이한 병원을 소개해 주는 대가로 보험금의 최대 30%를 수수한 노무법인 등 이른바 '산재 카르텔'이 정부 감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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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부‘산재보험’특정감사
883건 중 486건 부정수급 적발
환자에 산재처리 쉬운 병원 소개
법인들 보험금의 30% 수수료로
근로공단, 4900건 추가조사키로
소음성 난청 산재 6년새 5배↑

소음성 난청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 신청을 의뢰한 재해자 A 씨는 한 노무법인을 찾았다가 집에서 먼 거리의 병원을 소개받았다. 노무법인 측은 특정 병원을 소개한 이유를 묻는 A 씨에게 “우리와 거래하는 병원”이라고 답했고, 그에게 교통·진단비 등을 제공했다. 산재 처리가 된 이후 A 씨는 보험금 4800만 원 중 1500만 원을 노무법인 계좌로 입금했다.

산재보험 처리가 용이한 병원을 소개해 주는 대가로 보험금의 최대 30%를 수수한 노무법인 등 이른바 ‘산재 카르텔’이 정부 감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정부는 산재보험료 부정수급이 산재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 악화 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엄단 방침을 내세웠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실시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와 올해 1월 실시한 노무법인 점검을 통해 노무법인이 중심이 된 산재 카르텔 의심 정황 및 부정 사례를 적발했고, 이들을 수사 의뢰했다고 20일 밝혔다. 정부는 이번 감사에서 부정수급 의심 사례 883건을 조사해 이 중 486건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으며, 적발액은 약 113억2500만 원이다. 고용부 감사 결과 일부 노무법인은 약 100명의 환자를 특정 병원에 소개·유인하기도 했으며, 노무사나 변호사가 업무 처리를 직접 맡지 않고 사무장이 산재 보상 전 과정을 처리한 후 수임료도 사무장 통장으로 수수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재해자 B 씨는 C 노무법인에서 교통편의·병원비 등의 편의를 제공받고 특정 병원에서 관절염 진단을 받은 후 보험금의 30%를 수수료로 냈다. 정부는 노무법인들이 특정 병원과 연계돼 진단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적발 사례에 대해 부당이득 배액 징수를 비롯해 장해등급 재결정,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4900여 건의 추가 의심 사례에 대해선 근로복지공단이 자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최근 산재 범위가 넓어지고, 일부는 산재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사라지면서 청구 건수도 급증했다. 대표적으로 2017년 청구권 소멸시효가 사라진 소음성 난청의 경우, 2017년 대비 2023년(1∼10월) 승인 건수와 보상급여액이 5배 정도 늘었다.

정부는 이처럼 소음성 난청 신청 급증을 비롯한 제도 개선을 위해 지난달 30일 의사 등 외부 전문가들로 이뤄진 ‘산재보상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으며, TF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부정수급자 형사고발 기준을 강화하고, 전담 부서를 확대 개편하는 등 부정수급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계에선 정부의 방침이 산재 처리 과정을 경색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노총은 “부정수급은 철저히 조사하고 걸러내는 것이 맞지만 과연 이 정도를 가지고 산재 카르텔이라고 주장할 만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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