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무기도 바닥… ‘두 개의 전쟁’이 버거운 미국

박세희 기자 2024. 2. 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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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위대한 무기고(arsenal)가 되겠다"고 선언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세계의 패권을 쥐고 평화의 시대,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끌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은 2개의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전 세계에 드러냈고, 러시아와 중국 등의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19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2개의 전쟁'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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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전 2년 ‘끝나지 않는 전쟁’ - <2> 무너진 ‘팍스 아메리카나’
美의회 “이스라엘에 우선 지원”
밀려난 우크라 위해 他예산 전용
특수戰 대비로 정규戰 능력 약화
빈 무기고 채우는데 수년 걸릴듯
이 ‘가자공습’에 美 리더십 타격
트럼프 동맹 흔들기로 위기 가중
고민 깊은 바이든 정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에서 주말을 보낸 후 백악관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개 전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에 계류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과 관련해 “공화당이 러시아의 위협과 우리의 의무로부터 도망치고 있다”고 비판하며 신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AP 연합뉴스

“민주주의의 위대한 무기고(arsenal)가 되겠다”고 선언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세계의 패권을 쥐고 평화의 시대,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끌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팍스 아메리카나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었다. 2년이 다 돼가도록 러시아를 밀어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은 2개의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전 세계에 드러냈고, 러시아와 중국 등의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과 태평양이라는 2개 전선에서 승리를 이끌며 막을 올렸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2개의 전쟁’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무기고는 바닥나고 예산도 동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전용하는 상황이다. CNN은 올해 회계연도가 시작된 2023년 10월부터 미 육군 유럽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의 작전 예산 30억 달러 중 4억3000만 달러를 우크라이나군 훈련과 장비 수송 등에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전쟁 피로감과 이스라엘 우선 지원을 내세운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이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무기 비축량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2000발 이상의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과 200만 발의 155㎜ 정밀유도탄 등 413억 달러 규모의 안보 지원을 제공했다. 이에 비어버린 미국 무기고를 다시 채워 넣는 데 수년이 필요한 상태다. 제임스 헤커 미 공군사령관은 지난해 7월 영국 런던에서 유럽의 공군 참모총장들과 만나 “미국과 동맹국들의 무기 비축량이 위험할 정도로 낮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단기적인 방법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2개의 전쟁에 허덕이는 미국의 모습은 그동안 대규모 정규전 능력을 갖추는 데 안이했던 전략적 실수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미국은 이라크전 이후 이슬람국가(IS) 등 무장단체 및 테러세력 등과의 소규모 특수전에 집중하느라 정규전을 치를 수 있는 부대 운용 및 무기 보급 상태를 유지하지 못했다. 공산주의 몰락 후 러시아와 중국 등의 도전 가능성을 안일하게 본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지난달 ‘2024년 미군 군사력 지수’ 검토 보고서에서 미군의 전반적인 군사력을 ‘약하다’(weak)고 평가했다. 해군 함정이나 전투기, 폭격기의 재고가 부족함은 물론 보유 중인 무기들의 노후화도 심각하다는 평가다. 동시에 ‘2개의 전쟁’을 치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결론이다.

2개 전쟁을 치를 능력을 보이지 못하자 미국의 리더십도 휘청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인 사상을 줄이고 교전을 중지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고 140만 명에 달하는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 미국의 2개 국가 해법도 거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팍스 아메리카나에 치명타를 가할 전망이다. 그는 지난 10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공격을 독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세계는 더 이상 미국의 약속을 신뢰하지 않으며 더 이상 미국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쇠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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