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겸 선배 손흥민, 이강인을 보듬어주는 건 어떨까[김세훈의 스포츠IN]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2001년 2월 19일 태어났다. 어제 23번째 생일을 맞았다. 세계적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가 팀 동료인 이강인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생일 축하해 내 동생”이라고 썼다. 음바페가 이강인 얼굴을 양손으로 어루만지는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음바페는 1998년생으로 26세다.
이강인은 지금 너무 우울한 상태다. 아시안컵에서 주장 손흥민(32·토트넘)에게 대든 게 화근이 됐다. 둘은 몸싸움을 벌렸고 어떤 식으로든 법적으로 논할 경우, 폭행에 해당하는 행동을 주고 받았다. “손흥민이 멱살을 잡았다” “이강인이 주먹을 날렸다”는 등 온갖 추측과 설이 난무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설 중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거나 과장됐다. 장면을 옆에서 본 제3자의 전언, 그 전언의 또 전언 등을 통해 전해지는 말은 왜곡되고 과장되며 변질되게 마련이다. 또 몸싸움이 워낙 긴장된 상태에서 순식간에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상황은 한가지였지만 그걸 바라보는 선수들의 시각은 다양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인식하는 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폭행이 아닌 게 폭행처럼, 폭행인 게 폭행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기억이라는 것은 불완전한 모순 덩어리다.
이강인은 어쨌든 한국 ‘정서상’ 잘못했다. 선배에게 대항하는 듯한 행동을 이전부터 취했다. 젊은 세대끼리 하는 놀이가 선배 눈에는 거슬렸다. 선후배 간 규율이 상대적으로 강한 한국에서 이강인의 낯선 행동을 선배들이 보기에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강인이 어떤 행동을 하든 자유인 것처럼 그에 대한 선배들 인식과 판단도 자유다. 내가 A라는 의도로 한 행동이 상대가 B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 우리도 일상에서 늘 경험하지 않나.
이강인은 어릴 때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고 10대 초반 스페인으로 가서 축구를 배웠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유럽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축구 자존심이 강한 유럽에서, 그것도 자신이 최고 유망주임을 자부하는 세계 각지 수많은 유망주를 이기려면 뛰어난 실력과 강인함을 넘어 숨막히는 생존법을 익혀야했고 코브라 맹독 못지않은 독함까지 갖춰야 했을 것이다.
이강인은 축구 기술로서는 뛰어난 선수다. 그러나 동료를 위해 희생하고 양보하며 팀을 위해 자신을 버려야 하는 축구 정신은 덜 배웠다. 어린 나이에 급속하게 세계적인 스타로 대성하면서 생긴 자신감과 자존심이 오만함, 방자함으로 변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강인은 지금 자숙하고 반성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손흥민은 아시안컵 직후 “주장으로서 제몫을 다하지 못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손흥민이 상투적으로, 면피용으로 이 발언을 했을 거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축구팀 주장이든, 축구팀 감독이든, 회사 사장이든, 부서 부서장이든, 어떤 조직에서든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팀(조직)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자기 뜻을 팀원(조직원)에게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제한적으로 전달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운명 공동체라는 의식을 갖고 공통된 목표를 위해 매진하게 해야한다. 손흥민이 아시안컵 기간 중 선수로서 보여준 것은 나무랄 데가 없지만 본인 스스로 밝힌 것처럼 주장으로서는 부족했거나, 최소한 원하는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손흥민이 이강인을 먼저 안을 수는 없을까. 물론 이강인이 잘못한 게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화해와 용서는 선배가 먼저 해야 힘이 생기고 파급력도 커진다. 먼저 보듬기에는 감정이 덜 풀렸다면 이강인이 내민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손길을 잡아주면 어떨까. 그게 지금 비정상적으로 변해버린 축구대표팀 관련 상황을 정상으로 돌리는 게 첫걸음인 동시에 엄청난 기폭제가 되리라 자신한다.
프리킥을 차기 전에 볼 앞에서 둘이 모여 누가 찰지, 어디로 찰지를 논의한 모습이 벌써부터 그립다. 골을 넣고 함께 안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눈 장면도 엊그제처럼 눈에 선하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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