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안 된다니" 응급실 앞 분통… 제주서도 '의료 대란' 시작

오현지 기자 2024. 2. 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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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실상 '파업'을 시작한 20일 제주도 유일의 국립대 병원인 제주대학교병원에서만 전공의 10명 중 8명가량이 출근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수술 일정 조정·축소가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여기선 응급·중증 위주의 환자만 보고 나머지는 도내 다른 병원으로 옮겨질 텐데 당장은 운영이 가능하겠지만, 장기화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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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병원 근무 전공의 95명 중 73명 출근 안 해
22일부터 수술실 축소 운영… "마취과 일정 조정"
20일 오전 제주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이 외래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2024.2.20/뉴스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실상 '파업'을 시작한 20일 제주도 유일의 국립대 병원인 제주대학교병원에서만 전공의 10명 중 8명가량이 출근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도내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제주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만난 장 모 씨(84)는 휠체어에 탄 채 다리만 부여잡고 있었다.

그는 전날 밤 서귀포 소재 자택 화장실에서 넘어진 뒤 대퇴골 골절 진단을 받고 이날 제주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사가 없어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장 씨는 "큰 병원에 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니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제주에서 제일 큰 이 병원으로 온 건데 정형외과가 파업해 수술이 안 된다고 한다"며 "급히 다른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진료 예약을 위해 이날 병원 수납 창구를 찾은 도민들도 불안과 분노를 동시에 쏟아냈다.

나흘 전 관절 수술을 받았다는 이 모 씨(83)는 전날 담당 전공의로부터 "내일(20일)부터 출근하지 않는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 씨는 "수술을 받고 이제 한창 재활하고 있는데 어제(19일) 의사가 오더니 '이제 일을 못 한다'고 하더라"라며 "다른 의사가 도와준다고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다. 이 작은 제주 섬에서 갈 병원도 많지 않은데, 정부랑 (의대 증원 문제 등에 대한 갈등이) 잘 해결될지 걱정뿐"이라고 말했다.

20일 오전 제주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이 외래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2024.2.20/뉴스1

담낭염 수술을 예약하기 위해 이 병원을 찾았단 80대 고 모 씨도 눈앞이 캄캄하긴 마찬가지다. 고 씨는 "진단받은 병원에서 '큰 병원에서 수술받으라'고 해 서울에 갈까 하다 (담낭염 수술을) 잘하는 의사가 있다고 해 여기로 왔다"며 "그런데 오늘부터 의사들이 없다니 수술 날짜나 잡아줄지 모르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날 병원의 회진 교수들도 입원 환자들에게 "전공의가 없어 진료가 늦어지거나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일일이 공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대병원에선 전공의 95명(파견의 20명 포함) 중 73명(76%)이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제주대병원 소속 전공의 중에선 53명이 사직서를 냈다. 병원에 남아 있는 전공의는 대부분 이달 말 계약이 만료되는 4년 차 레지던트들이다.

제주 의료계에선 앞으로 '2주'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들이 근무하던 응급실 야간 당직의 빈자리는 교수들이 채워야 해 응급실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제주대병원은 당장 오는 22일부터 예정된 수술의 70% 정도만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마취과와 일정을 조정 중이다. 12개 수술실도 8개로 축소해 운영하기로 했다. 병원 측은 수술 스케줄이 재조정되는 대로 환자들에게 공지할 방침이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수술 일정 조정·축소가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여기선 응급·중증 위주의 환자만 보고 나머지는 도내 다른 병원으로 옮겨질 텐데 당장은 운영이 가능하겠지만, 장기화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대병원을 포함해 이날 오전 8시 현재까지 도내 전공의 141명 중 103명(73%)이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결근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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