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의 방심’ ‘박현경의 의심’ 그리고 ‘주말 골퍼의 욕심’ … 타수 까먹는 ‘골퍼의 적’ 3심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2024. 2. 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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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18번 홀(파4). '돌아온 황제' 타이거 우즈의 티샷이 295야드를 날아가 페어웨이에 사뿐히 떨어졌다.

이때까지 버디 5개, 보기 5개로 이븐파를 기록하던 우즈에게 아마도 이런 마음이 들었을지 모르겠다.

골프하다 보면 정말 온갖 원하지 않는 마음이 시시각각 심장을 오고 가며 골퍼를 흔들어 놓는다.

'욕심' '의심' '방심'의 세 가지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2024년 골프를 다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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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 <사진 KLPGA 제공>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18번 홀(파4). ‘돌아온 황제’ 타이거 우즈의 티샷이 295야드를 날아가 페어웨이에 사뿐히 떨어졌다. 이때까지 버디 5개, 보기 5개로 이븐파를 기록하던 우즈에게 아마도 이런 마음이 들었을지 모르겠다. “아, 오버파는 안 치겠구나.”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풀어 놓아 버린다는 ‘방심(放心)’이 생긴 것이다. 버디를 노리며 친 샷은 터무니없이 오른쪽 나무 사이로 날아가더니 러프에 떨어졌다. 천하의 우즈가 초보 아마추어 골퍼에게서나 나올 법한 섕크를 낸 것이다. 날아간 거리는 고작 71야드에 불과했다. 결국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한 우즈는 1오버파로 1라운드를 마쳤고 2라운드 도중 독감을 이유로 기권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골프 전설’ 진 사라센은 “골프에서 방심이 생기는 가장 위험한 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라는 명구를 남긴 바 있다. 방심이란 골퍼의 심리를 제대로 간파한 골프 명언이라고 할 것이다. 가장 잘 맞은 샷 후에 가장 큰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타이거 우즈. <사진 AFP연합뉴스>
골프하다 보면 정말 온갖 원하지 않는 마음이 시시각각 심장을 오고 가며 골퍼를 흔들어 놓는다. 18홀을 도는 데 변하는 그 마음의 종류는 수십 가지, 아니 수백 가지일 것이다.

특히 사람의 심장 모양을 본뜬 글자 ‘마음 심(心)’이 들어간 것들이 많다. 골퍼의 스코어를 망치는 대표적인 마음들인데, 방심도 그중 하나다.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이라는 의미의 ‘의심(疑心)’ 역시 골퍼의 스코어를 갉아 먹는다.

라운드 중 물을 건너 샷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평소라면 충분히 건널 수 있는 거리라고 할 지라도 물이란 방해물이 있으면 온전한 스윙을 하기 쉽지 않다. 이럴 때 자신의 스윙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면 더욱 미스샷 확률이 높아진다.

이럴 때도 있다. 50㎝ 내리막 퍼팅이 남았다. 경사가 심하기는 하지만 홀 중앙을 보고 똑바로 친다면 무난히 들어갈 거리다. 하지만 혹시 경사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의심은 골퍼의 불안한 마음을 어찌 잘 아는지 꼭 이런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작년 가장 회자한 우승은 박현경이 SK네트웍스 ·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30개월 만에 정상에 오른 걸 것이다. 아홉 번의 준우승 끝에 찾아온 우승이었다. 그 우승 후 박현경은 “그동안 아홉 번 준우승하면서 내가 그렇게 기회를 잘 못 잡는 선수인가 하는 의심이 들 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의심을 넘었을 때 우승도 찾아온 것이다.

박현경. <사진 KLPGA 제공>
주말골퍼에게는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낸다는 뜻을 가진 ‘욕심(欲心)’이 화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버디가 보기 된다’는 표현도 욕심을 경계한 말이다. 버디 기회가 왔을 때 욕심이 나지 않는 골퍼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욕심은 3퍼트를 낳고 버디는 어느 순간 보기로 돌변한다.

하지만 욕심 없는 골프는 오히려 무미건조할 수 있다. 욕심이 없다면 설렘도 없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당연히 욕심도 있어야 한다.

다만 자극을 깨우는 좋은 욕심을 부려야 한다. 의욕을 부르는 욕심이다. 하지만 조바심을 부르는 나쁜 욕심 ‘과욕’을 부리면 안된다.

이제 곧 추위가 가고 파릇파릇한 새싹과 함께 골프 시즌도 돌아온다. ‘욕심’ ‘의심’ ‘방심’의 세 가지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2024년 골프를 다스리게 될 것이다. 오태식기자(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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