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 왜 인구 600만 싱가포르서만 동남아 콘서트 여나
스위프트, 2014년 군부 쿠데타 여파로 방콕 공연 취소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미국 팝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월드 투어 '디 에라스 투어'가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가 스위프트의 동남아 콘서트에 대한 독점 계약을 맺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스위프트 월드 투어 프로모터가 자신에게 싱가포르 정부가 공연당 200만~300만 달러(약 26억~40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말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특히 타위신 태국 총리는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비지니스 포럼에서 공개적으로 '디 에라스 투어'가 동남아 다른 지역에서 열리지 않는 조건으로 콘서트 기획사 AEG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토로했다.
AEG와 싱가포르 정부는 이와 관련 가디언 등의 확인 요청에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에선 스위프트 투어를 둘러싸고 동남아 국가 간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예상도 한다.
스위프트는 내달 2~4일·7~9일 여섯 차례에 걸쳐 5만5000석 규모의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디 에라스 투어'를 이어간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디 에라스 투어'가 열리는 나라는 이미 도쿄돔 공연을 네 차례 치른 일본, 멜버른 공연에 이어 시드니 공연을 앞둔 호주 그리고 싱가포르뿐이다.
동남아에선 유일하게 싱가포르에서만 열리는데, 이 나라의 인구는 약 600만명이다. 그런데 동남아 전체 인구는 싱가포르 100배인 약 6억1000만명이다. 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등도 '디 에라스 투어' 섭외를 위해 힘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프트는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콘서트를 여는 지역마다 경제를 활성화시켜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이코노믹스)라는 수식을 달고 다니고 있다.
'디 에라스 투어'는 열릴 때마다 신기록을 쓰고 있다. 투어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인 지난해 11월까지 북미·남미 투어 60회 만으로, 전 세계 대중음악 콘서트 투어 사상 최초 매출 10억 달러(약 1조3275억원)(미국 공연 산업 전문지 폴스타(Pollstar) 집계)를 돌파했다. 이전까지 최다 매출을 기록한 팝스타 월드 투어는 영국 팝 거물 엘턴 존의 고별 투어인 '페어웰 옐로 브릭 로드 투어'다. 2018년 출발해 코로나19 기간 쉬면서 올해까지 이어졌다. 매출은 9억3900만 달러(약 1조2395억원)다.
지난 7~10일엔 도쿄돔에서 나흘 연속 네 차례 공연해 22만명을 불러모았다. 재팬타임즈 등에 따르면, 이번 스위프트 공연으로 도쿄에만 창출되는 경제효과는 약 341억 엔(약 3,036억원)에 달한다. 스위프트가 이달 호주, 내달 싱가포르에서 여는 콘서트 역시 막대한 경제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스위프트가 16~17일 호주 멜버른 크리켓 그라운드(Melbourne Cricket Ground·MCG)에서 연 공연엔 양일간 약 19만2000명이 몰렸다. 회당 9만6000명 규모의 공연으로, 스위프트 역대 공연 중 1회 최다 관객의 기록을 썼다.
동남아시아 내 스위프트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특히 필리핀 케손시티는 한때 전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 조사에서 스위프트의 노래 청취자가 다섯 번째로 많은 곳으로 선정됐다. 도쿄돔 공연엔 한국, 중국 스위프티(스위프트 팬덤)가 몰렸다. 호주 역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 내에서도 싱가포르 행 비행기 표를 끊는 타국가 스위프티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싱가포르 콘서트는 현지 관광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싱가포르의 문화부 장관인 에드윈 통(Edwin Tong)은 스위프트의 투어 날짜가 발표됐을 당시 '싱가포르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싱가포르 외 다른 일부 동남아시아의 지역은 열악한 공연 인프라, 정치적 불안정, 보수 무슬림 단체 등으로 인해 스위프트 콘서트 같은 대형 이벤트를 유치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한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앞서 지난 2014년 스위프트는 방콕 공연을 예정했었으나 현지 군부 쿠데타 직후 공연을 취소했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에서는 밴드 '더 1975' 멤버들 간 동성 키스를 두고 논란이 일어 해외 가수들의 내한공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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