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00건...이강인에 과몰입한 언론, 문제 있습니다
본질 벗어나고 사실 여부 불분명한 내용까지 자극적 기사 양산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이강인 선수를 다룬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포털 다음의 콘텐츠제휴 언론 기준으로 2월15일 하루에만 이강인 선수가 언급된 기사가 1053건에 달했다. 전체 언론이 아닌 100여곳(연예매체 포함)의 제휴 언론에서만 이 정도 기사를 낸 것이다.
외신을 통해 알려진 2023 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 전날 손흥민 선수와 충돌한 사실이 발단이다.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갈등이 알려지자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주장이자 선배인 손흥민 선수 뜻에 따르지 않고 충돌을 야기한 이강인 선수에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이강인 선수의 잘못이 있으나, 일부 언론은 본질을 벗어나거나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내용까지 적극적으로 관련 기사를 양산해내며 이슈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 유명인과 관련한 논란 때마다 언론의 이 같은 보도 경향은 반복된다. 그 결과 비극을 맞기도 했다.
카더라 보도
이강인 선수의 행동 중 가장 논란이 된 건 '주먹질'이다. 주장이자 선배인 손흥민 선수에게 주먹을 날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당사자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전언을 토대로 이뤄진 보도로 사실관계가 불명확했다.
조선일보는 <“손흥민이 멱살 잡자 이강인 주먹질”... 요르단戰 전날 무슨 일> 기사를 냈다.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강인은 손흥민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손흥민이 이를 피한 가운데 동료들이 이를 뜯어 말렸다”는 내용을 담았다. 15일 디스패치는 “이강인이 반격했다. 손흥민을 향해 주먹을 날린 것. 손흥민은 피할 겨를도 없었다. 얼굴에 그대로 맞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주먹으로 다진 치킨이냐”…5억 쓴 '아라치', 이강인 광고에 곤욕>(매일경제)처럼 주먹질을 기정사실화해 꼬집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당시 주먹질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논란이 되자 다른 관계자가 주먹질을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보도가 나왔다. 이강인 선수측은 “보도 내용 중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무리한 재조명 보도
논란이 불거지자 이강인 선수의 인성을 지적하는 '재조명' 보도도 많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강인 선수의 과거 언행이나 그에 대한 평가가 재조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로 그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끌어내는 내용이다.
머니투데이는 <이강인 “막내라 좋아, 형들이 다해줘”…하극상 논란 전 발언 보니> 기사를 통해 “내홍의 중심에 선 이강인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 패션잡지와 인터뷰에서 '막내라 형들이 다 해준다'고 한 대목”이라고 했다. 이강인 선수가 지난해 보그코리아와 인터뷰에서 막내로서 고충을 묻는 말에 “고충은 없고 좋기만 하다. 너무 편하다”며 “다 형들이지 않냐. 그렇다보니까 너무 재밌고 형들한테 뭐 해달라고 하면 다 해준다. 그냥 막내면 너무 좋지 않냐”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보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파이낸셜뉴스는 같은 내용을 다루며 <손흥민과 사뭇 다른 이강인의 막내 시절?.. “막내가 '갑' 너무 편해”>라는 제목을 썼다. 기사 어디에도 '막내가 갑'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
'경기 다시 보니' 보도
요르단전 전날 충돌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경기 당일 상황을 복기하는 보도도 많았다.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선수에게 일부러 패스하지 않았다는 의혹은 루머에서 시작해 언론 보도를 거쳐 사실처럼 굳어지게 됐다. <[영상]“이강인, 손흥민에 패스 안 해 실점”…요르단전 이 장면 '시끌'>(머니투데이), <“황인범이 손으로 가리켰는데”…손흥민에 삐친 이강인 한 행동, 영상 '화제'>(매일경제), <“이강인, 손흥민에 패스 안 해 실점” 논란의 4강전 장면>(MBN) 등이다.
일부러 패스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근거는 불분명하다. 조선일보의 경기 데이터 분석 기사에 따르면 준결승전에서 이강인 선수는 손흥민 선수에게 세 차례 패스했다. 이보다 앞선 16강 사우디전에서 이강인 선수는 손흥민 선수에게 4차례 패스를 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두 경기 모두 손흥민 선수가 원톱으로 나서 상황이 비슷했다. 이와 관련 축구전문매체인 인터풋볼은 “반박하기도 시간이 아까운 이야기인데 여러 언론에서 커뮤니티에 나온 이 이야기들을 인용해 사실인양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침소봉대 보도
문제가 비교적 크지 않거나 문제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문제인 것처럼 끌어낸 보도들도 있다. 한국경제는 “하극상 논란이 불거진 축구선수 이강인이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에서 웃는 얼굴로 팀 훈련에 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훈련 중 웃었다는 사실을 '하극상 논란'과 연결지은 보도다.
머니투데이의 <[단독]이강인 측 “스페인으로 '첵스초코' 사다달라”…배달도 시켰다> 보도는 제목만 보면 이강인 선수 행동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 '뉘앙스'를 준다. 보도 내용을 보면 현재 법적 분쟁 중인 업체가 정식 에이전시인지가 쟁점인데, 사적 심부름까지 시켰다는 건 정식 계약관계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본문을 보면 업체가 먼저 필요한 물품을 물은 것인데 제목엔 충실히 담기지 않았다. 더구나 이 보도가 인용되면서 자극적인 면이 부각됐다. 위키트리는 <'선수님 선물♥' 이강인, 알고 보니 시리얼 배송까지 요구> 기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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